10대 여학생 노린 디지털 성착취, 이번엔 17세 주범이 '판도라' 운영

10대 여학생들만을 노린 디지털 성착취범이 또다시 검거됐다. N번방, 박사방, 목사방에 이어 수면 위로 드러난 것만 최소 네 번째다. 

특히 이번에는 모든 범행을 계획하고 피해자를 공범으로 둔갑시킨 주범이 17세 청소년이라는 점에서 사회적 충격이 더욱 크다.

29일 서울 종로구 내자동 서울경찰청 서경마루에서 아동·청소년 성착취 등 사이버 성폭력 사범 총 224명 검거 브리핑을 하고 있는 이숙영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 3대장 / 뉴스1

지난 29일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에 따르면 A군(17)은 '판도라', '다이진' 등의 닉네임을 사용하며 인스타그램이나 틱톡 등 SNS에서 성적 호기심을 드러내는 피해자들에게 접근했다.

그는 성적인 대화를 유도하거나 딥페이크 영상이 유포되고 있다고 속여 텔레그램으로 피해자들을 유인했다.

A군은 피해자들에게 협박이 통한다고 판단되면 이름과 학교명 등 개인정보와 노출사진을 요구했다.

피해자들이 이에 굴복하면 '진짜 공포'는 그때부터 시작됐다.확보한 자료를 가족과 지인에게 유포하겠다고 협박하며 더 강도 높은 성착취물 제작을 요구했고, 때로는 금품을 갈취하거나 성관계를 시도하기도 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목사방'보다 더 진화한 수법으로 피해자를 공범으로 만들어

A군의 범행은 갈수록 악랄해졌다. "5명 숫자를 채우면 해방시켜주겠다"며 피해자에게 다른 범행 대상 물색을 지시했다. '목사방'을 운영하다 검거된 김녹완의 범행과 유사한 형태다.

A군이 이런 방식으로 공범으로 끌어들인 피해자는 알려진 것만 B양(16) 등 3명이다.

A군은 김녹완보다 더 치밀했다.피해자가 다른 피해자를 유인하면 제3의 피해자인 척 접근해 자료를 넘겨야 한다고 속이는 등 1인 다역을 수행하는 진화된 수법을 사용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A군은 지난해 7월부터 9월까지 중학교 1학년생 등 10대 여성 피해자 19명을 상대로 성착취물 34개를 제작하고, 불법촬영물 81건과 딥페이크 등 허위영상물 1832개를 소지한 혐의(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상 성착취물 제작, 강요, 공갈 등)로 구속 상태에서 검찰에 송치됐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공범인 10대 3명도 경찰이 조사 중이며, 피해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군은 "성적 호기심이었다"며 "스스로 멈추지 못했고, 말리는 사람이 없었다"고 선처를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모와 친조카까지 딥페이크 대상으로 삼은 충격적 범죄들

성관계를 불법촬영해 수익을 올린 일당도 경찰에 붙잡혔다. C씨(33)와 D씨(28)는 2023년 9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약 15개월간 피해 여성들의 성관계 장면 등을 1584회 불법촬영해 판매하고 유포한 혐의로 검거됐다.

D씨가 오피스텔에서 여성들과 성관계하는 장면을 화재감지기로 위장한 몰래카메라로 촬영하면, C씨가 이를 유료 구독형 사이트에 업로드해 판매하는 수법이었다.

경찰은 이들이 2달여간 벌어들인 1300만원에 대해 추징보전을 마쳤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텔레그램에서 일명 '작가'로 활동한 50대와 20대 남성 2명은이들은 2019년부터 6년여간 장모와 친조카, 직장동료 부인과 여성 직장동료 등 피해자 182명의 딥페이크 영상물을 제작해 소지한 혐의로 구속됐다. 

이들은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착취물 46개를 제작한 것으로도 드러났다.

경찰은 사이버 성폭력 범죄에 대한 단속을 강화해 지난해 8월부터 지난 3월까지 8개월여간 총 222명의 사이버성폭력 사범을 검거하고 13명을 구속했다.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피해자료 삭제와 차단 등 조치하고 서울디지털성폭력안심지원센터 등과 연계해 피해자를 지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