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아리 텍사스 강제 철거에 반발, 성매매업소 관계자들 성북구청 앞 농성 돌입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에 위치한 사실상 서울 시내 마지막 성매매 집결지인 '미아리 텍사스'에 대한 강제 철거 조치에 반발한 성매매업소 주인과 종업원들이 17일부터 성북구청 앞에서 릴레이 천막 농성을 시작했다.
전날 서울북부지방법원이 명도 집행(강제 철거)을 허가한 것에 대한 항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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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한국여성단체연합 회원 20여 명과 미아리 성노동자 이주대책위원회(이주대책위) 소속 30여 명 등 총 50여 명은 이날 오전부터 성북구청 앞에 천막을 설치하고 농성에 돌입했다.
참가자들은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주대책 강구하라', '성북구청은 현실에 맞는 이주 대책을 강구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목에 걸고 "이승로 성북구청장은 사퇴하고 성북구청 해체하라"라는 구호를 외쳤다.
강제 철거 과정에서 충돌 발생, 이주대책 요구 목소리 높여
서울북부지법은 지난 16일 오전 10시 50분부터 오후 1시까지 해당 성매매 밀집 지역에 대한 명도 집행 절차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성매매 업주와 종업원들이 집행 인력과 충돌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성북구청은 "해당 지역의 건물 두 채에 대해 명도 집행이 이뤄졌다"면서도 "인명피해가 발생하거나 경찰에 연행된 사례는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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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 참가자 중 일부는 급박하게 진행된 강제 철거로 인해 잠옷 차림으로 나온 상태였다.
이주대책위 공동위원장 김모(43)씨는 "갑자기 강제 집행을 당해 핸드폰만 들고 양말도 못 신고 나왔다"며 "더 철거될 것 같지만 적어도 여기 나와서 얘기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이주대책위 부위원장 최모씨는 "구청은 '너희들이 알아서 하라'며 '법적으로 우리가 잘못했다'는 식으로만 말한다"고 항의했다.
그러면서 "벌금 얼마 내야 하는지 물어봐도 '법 아는 사람에게 물어보라'는 식이니 할 수 있는 건 이것 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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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는 경찰 기동대 15명이 배치됐고, 성북구 직원들과 성북경찰서 경찰 30여 명이 상황을 지켜봤다.방패를 든 기동대가 배치되자 천막을 철거하는 것으로 오인한 집회 참가자들이 천막으로 달려가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일부 참가자는 옷을 벗고 길에 드러눕거나 구청 직원과 몸싸움을 벌이는 등 격렬하게 항의했다.
집회 과정에서 노래를 틀고 춤을 추는 행위에 대해 경찰은 "집회 소음 기준인 70dB을 초과했다"며 '기준 이하 소음유지·중지 명령서'를 발부하기도 했다.
이주대책위는 "2~3명씩 천막을 지키며 24시간 농성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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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아리 텍사스는 1960년대부터 형성된 서울의 대표적인 성매매 집결지다.
서울역 앞 양동과 종로3가에 있던 사창가가 도심 재개발로 철거되면서 터전을 잃은 성매매 종사자들이 이 동네로 모여들었다.
한때 이곳은 업소 500여 곳, 성매매 여성들이 4000여 명에 달했으나 지난 2000년 이곳을 관할하던 종암경찰서 김강자 서장이 '성매매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이곳을 대대적으로 단속했다.
2004년에는 성매매특별법이 발효되며 단속이 대폭 강화됐다. 현재는 업소 35~40여곳, 종사자는 60여 명만이 남은 것으로 경찰은 추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