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추행 가해자의 SNS 스토킹,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피해자
강제추행 혐의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40대 남성이 피해자의 집과 주변 사진을 자신의 SNS에 올리고, 추가 범행을 암시하는 글까지 올리는 일이 벌어졌다.
피해자는 극심한 공포에 시달리며 '스토킹' 혐의로 신고했지만, 경찰은 증거 부족을 이유로 불송치 결정을 내려 논란이 되고 있다.
SBS 뉴스
지난 15일 SBS 보도에 따르면, 2020년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A씨는 학원 강사였던 B씨에게 강제추행을 당했다.
B씨는 경찰 수사를 통해 혐의가 인정돼 1심에 이어 지난 2월 항소심에서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던 지난달 A씨는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B씨의 SNS를 확인한 후 충격에 빠졌다. B씨가 A씨의 블로그와 비공개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가져온 사진에서 A씨의 모습만 편집 기능으로 삭제한 사진 2장을 올린 것이다.
A씨는 "하나는 제 블로그 같고 하나는 제 비공개 인스타그램 계정 프로필 사진이었다. 제 존재를 지우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아서 굉장히 소름 끼쳤다"라고 말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교묘한 스토킹 행위와 법적 한계
B씨의 SNS에는 A씨의 집과 학교, 일터 주변을 촬영한 사진들도 있었다.
더 충격적인 것은 B씨의 또 다른 SNS에 A씨가 이용하는 버스 정류장 사진과 함께 "거 죽이기 딱 좋은 날씨네"라는 범행을 암시하는 듯한 글까지 올려져 있었다는 점이다.
A씨는 "가까운 사람이 아니면 사실 일일이 하나하나 설명을 해야 이해할 수 있는 사진들이다.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처음 느꼈다"라며 공포감을 드러냈다.
이후 A씨는 외출할 때마다 호신용품을 챙길 정도로 두려움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A씨는 B씨를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신고했으나, 경찰은 증거가 부족하다며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경찰은 B씨가 A씨 관련 사진들을 올린 사실은 인정되지만, B씨가 A씨를 직접 따라다니거나 A씨의 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한 것은 아니라 스토킹처벌법 위반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A씨의 집과 직장 '주변'을 찍은 사진도 피해자의 위치 정보를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는다고 봤다.
A씨는 "피해자가 죽어야 바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죽어도 안 될 것 같기도 하고요"라며 현 상황에 대한 절망감을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현행법의 사각지대를 악용한 교묘한 스토킹 행위를 처벌하기 위한 수사기관의 노력과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편, 서울 중랑경찰서는 SBS가 취재에 나서자 검찰의 요청이 없더라도 불송치 결정을 내린 이번 사건의 보완 수사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