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층 베란다에서 18시간 고립된 70대 노인의 기적적인 구조
입던 옷을 엮어 만든 줄을 타고 탈출하는 장면, 한번 쯤 영화에서 본 적 있을 것이다.
그런데 최근 이런 다급한 상황이 현실에서 벌어졌다.
지난 15일 서울종로경찰서에 따르면 교남파출소 소속 경찰관 유재일 경사와 김두태 경장은 12일 오전 10시쯤 독립문역 주변을 순찰하던 중 13층 베란다에 고립된 70대 할머니 A씨를 발견하고 구조했다.
A씨는 지난 11일 오후 4시쯤 화분에 물을 주러 베란다로 나갔다가 문이 잠기면서 무려 18시간 동안 베란다에 갇혀있던 상황이었다.
베란다 문은 안쪽에서만 열 수 있는 구조였기 때문에 A씨는 절망감에 빠졌다.
종로경찰
집이 고층인 데다 아파트 앞 도로는 차량 통행이 잦은 대로였기에 A씨가 베란다 창문을 열고 몇 차례 "도와주세요"라고 외쳤지만 도로 소음에 묻혀 주변 누구도 위급 상황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기지를 발휘한 노인과 탄력순찰의 중요성
A씨는 살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했다. 할머니는 한편에 쌓아둔 보자기와 옷가지들을 하나하나 줄로 묶어 창밖으로 길게 늘어뜨린 뒤, 누군가 알아봐 주길 기다렸다.
다행히 이 간절한 구조 신호가 결국 A씨의 생명을 구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구조 신호를 발견한 건 유 경사와 김 경장은 할머니가 옷으로 엮어 만든 긴 줄을 보고 즉각 구조 신호임을 알아차렸다.
두 사람은 곧장 해당 층으로 이동해 위층 세대를 통해 A씨가 고립되어 있는 베란다 내부 상황을 확인하고 출입문 비밀번호를 확보해 신속히 집 안으로 진입했다.
A씨는 무사히 구조돼 보호자에게 인계됐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경찰은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구조 신호를 놓치지 않고 신속하게 판단해 생명을 구조한 것이 큰 의미가 있다"며 "지역사회 안전망 구축과 경찰의 순찰이 얼마나 중요한지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다"라고 전했다.
이번 사건은 독거노인의 안전 문제와 함께 일상 속 위기 상황에서 경찰의 세심한 관찰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특히 고령화 사회에서 독거노인의 안전망 구축과 지역사회의 관심이 더욱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