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동물의 경계를 허무는 새로운 시선
인간만이 웃고, 말하고, 공감한다고 믿어왔던 기존의 관념에 도전하는 책이 출간됐다.
심리학자이자 인문과학 저널리스트 장 프랑수아 마르미옹의 신간 '인간은 왜 동물보다 잘났다고 착각할까'는 인간과 동물 사이의 경계를 허물며 우리의 인식 전환을 촉구한다.
이 책은 르네상스 시대 인문주의자 프랑수아 라블레의 '웃음이 인간의 고유한 특성'이라는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며 시작한다.
인간만의 특별함이라고 여겨왔던 웃음, 언어, 공감 능력, 심지어 잔인함까지도 다양한 동물 종에서 발견된다는 사실을 과학적 연구 결과를 통해 보여준다.
사진 제공 = 북다
최근 동물행동학 연구에 따르면, 침팬지와 보노보는 웃음과 유사한 표정을 짓고, 까마귀는 복잡한 도구 사용법을 다음 세대에 가르치며, 코끼리는 죽은 동료를 애도하는 의식을 치른다.
이러한 발견들은 인간의 특별함에 대한 기존 관념에 의문을 제기한다.
동물 이해를 통한 인간성 재발견
마르미옹은 이전 저서 '내 주위에는 왜 멍청이가 많을까', '바보의 세계', '거울 앞 인문학'으로 이어지는 '바보 삼부작'에서 인간의 어리석음을 탐구했다.
이번 책에서는 시선을 동물 세계로 돌려 "도대체 무엇이 인간을 예외적이고 특별한 존재로 만들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책에는 30여 명의 심리학자, 생물학자, 철학자, 인간학자, 동물행동학자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해 동물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는다.
예를 들어, 최근 연구에 따르면 침팬지는 복잡한 정치적 연합을 형성하고, 돌고래는 개인의 이름에 해당하는 고유한 휘파람 소리를 사용하며, 까마귀는 미래를 계획하는 능력을 보인다.
옥스퍼드대학교 동물행동학 연구팀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많은 동물이 인간과 유사한 감정 처리 과정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뇌 구조의 유사성에서 비롯된다. 이러한 발견은 인간과 동물 사이의 연속성을 강조하며, 인간중심적 세계관에 도전한다.
마르미옹은 "동물을 안다는 건 세상의 다른 존재 방식을 배우는 일이다! 그리고 우리 자신에 대해서도."라고 강조한다. 이는 단순히 동물에 대한 이해를 넘어 인간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는 과정임을 시사한다.
인간-동물 관계의 새로운 패러다임
현대 생태학적 위기 속에서 이 책은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재정립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인간이 자신을 다른 생명체보다 우월하다고 여기는 태도가 환경 파괴와 생태계 불균형의 원인 중 하나라는 점을 지적한다.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의 생태학자 프랑수아 사라노는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재정의하는 것은 단순한 학문적 논쟁이 아니라 지구 생태계의 미래와 직결된 문제"라고 말한다. 이는 인간이 자연과 맺는 관계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동물의 세계를 탐험하는 것은 결국 인간성의 본질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마르미옹의 이 책은 우리가 다른 생명체와 어떻게 공존해야 하는지, 그리고 인간으로서 우리의 위치를 어떻게 재정립해야 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