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세 허곡지 씨, 뇌사 장기기증으로 생명 나눔 실천
사고로 의식을 잃고 쓰러져 결국 일어나지 못한 60대 여성이 뇌사 장기기증으로 소중한 생명을 살리고 하늘의 별이 됐다.
10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지난달 8일 대구가톨릭병원에서 허곡지(69) 씨가 뇌사 장기기증을 통해 한 명의 생명을 살리고 하늘의 천사가 되어 떠났다.
허 씨는 지난 2월 28일 안타까운 사고로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긴급히 이송됐으나, 의료진의 적극적인 치료에도 불구하고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상태에 이르렀다.
이후 가족들의 동의로 허씨는 간장을 기증해 소중한 생명을 살리는 마지막 선물을 남겼다.
기증자 허곡지 씨 / 한국장기조직기증원
허씨의 자녀들은 "다시 깨어날 희망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기적을 기다리겠으나, 이대로 누워있다가 삶이 끝나기보다는 누군가를 살리는 아름다운 일이 어머니를 위해서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 기증을 결심했다"고 전했다.
따뜻한 마음으로 가족을 위해 헌신한 삶
대구에서 2남 5녀 중 여섯째로 태어난 허 씨는 조용한 성격이었지만,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누군가 어려움에 처하면 어떻게든 도움을 주려고 노력하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었다.
30년 전 남편이 뇌졸중으로 쓰러져 경제적 활동이 어려워지자, 허씨는 가족들을 위해 섬유공장과 자동차 부품 공장에서 일하고, 요양보호사로도 활동하는 등 다양한 일을 했다.
등산을 좋아해 주말이면 친구들과 산에 자주 올라갔고, 퇴근 후에는 강아지와 산책을 즐기는 소소한 행복을 누렸다.
기증자 허곡지 씨 / 한국장기조직기증원
허씨의 아들 장재웅 씨는 "엄마, 다시는 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그동안 잘해주지 못했던 것이 미안해요. 아버지도 뇌졸중으로 고생하시다 5년 전에 떠나셨는데 엄마마저 뇌사로 떠나는 것이 믿어지지 않아요. 하늘나라에서 아버지와 함께 편히 잘 쉬세요. 살면서 못 했던 말인데 사랑해요, 엄마"라고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하늘에 편지를 보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이삼열 원장은 "삶의 끝에서 다른 생명을 살리기 위해 생명나눔을 실천해 주신 기증자 허곡지 님과 유가족분들의 따뜻한 사랑의 마음에 감사드린다"며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기증자와 유가족의 사랑이 다른 생명을 살리는 희망으로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