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제공 = 문학동네
지난 2012년 출간되어 독자들의 관심을 끌었던 한국 소설 '인플루엔자'가 문학동네 플레이 시리즈로 재출간되었다.
이 작품은 강남대로가 좀비떼로 뒤덮이는 파격적인 설정과 전 지구적 종말을 맞이한 청춘들의 이야기를 밀도 높은 서사로 그려낸다. 특히 이번 개정판은 폭력성에 치중하기 쉬운 좀비물의 특성을 보완하여,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분투하는 평범한 청춘의 모습을 담아냈다.
국외에서 유입된 호흡기 바이러스가 팬데믹을 일으키고, 백신 부작용으로 인한 좀비 사태까지 이어지는 흐름은 현재 사회를 반영하는 듯하다. 소설은 출혈성 호흡기 바이러스 '라히브'의 등장으로 혼란에 빠진 세계에서 시작된다.
중국에서 처음 발견된 이 바이러스는 치명적이며, 대한민국 군부대의 휴가 외박이 중지되는 상황을 초래한다.
강남 특급호텔 옥상에 설치된 대공포진지에서 복무 중인 제훈은 여자친구 영주와의 결별 통보를 받고 탈영을 꿈꾼다. 그러나 외부와 단절된 부대는 백신 접종자들이 좀비로 변하면서 안전한 대피소로 변모한다. 하지만 병사들이 문을 열어 좀비들이 침입하게 되면서 부대는 아비규환에 빠진다.
제훈과 병사들은 생존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호텔 밖으로 나가기로 결심한다. 제훈은 후임병 인호와 함께 영주를 찾아 나선다.
도시가 핏빛 지옥으로 변하고 계엄령이 선포된 가운데, 영주는 친구 진욱과 함께 안전한 장소로 피신하지만 인간 욕망의 참혹함을 마주한다. 영주는 스스로를 지키며 제훈과의 재회를 기다린다.
소설은 처절한 묘사에도 불구하고 속도감 있게 읽힌다. 이는 제훈과 영주의 행동에 망설임이 없기 때문이다.
가족과 연락이 두절되고 가까운 이들이 죽어가는 상황에서도 삶을 지속하려는 이들을 통해 작가는 인간이 극한 상황에서 경험하는 무력감보다 소중한 것을 되찾으려는 용기와 희망이 더 값지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전 세계적인 위기 앞에 놓인 평범한 청춘들의 이야기는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찾게 한다.
이들은 극단의 상황에서도 끝까지 시도하며 현실을 돌파해 나간다. 이러한 서사적 상상력은 때로 현실을 초월하는 에너지를 내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모든 일이 농담처럼 느껴지는 세상에서 간절함이 가능성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분명한 것은 어둠 속에서도 빛나는 희망이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