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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재 "대사 못 외우면 은퇴해야"... 대선배 연기에 눈시울 붉힌 배우들

원로 배우 이순재가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에서 '특별무대'로 꾸민 연극으로 후배 배우들의 눈시울을 붉혔다.

인사이트jtbc


원로 배우 이순재가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에서 '특별 무대'로 꾸민 연극으로 후배 배우들의 눈시울을 붉혔다. 


7일 열린 제60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이순재는 '예술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미니 연극 무대를 선보였다.

무대가 시작되자 이병헌이 나와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며 내레이션을 시작했다. 그는 "지금 여기 예술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평생을 고뇌한 한 예술가가 있다. 그의 순수한 열정의 이야기를 여러분들과 함께 돌아보려 한다"며 이순재를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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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재는 "늙은 배우가 필요하다고 해서 찾아왔다"며 연극 무대 오디션에 접수한 참가자 1번으로 등장했다.


면접관이 자기소개를 부탁하자 그는 "올해로 90살이 된 이순재입니다"라며 이름을 밝히며 "1956년 연극 '지평선 너머'로 데뷔했고, 드라마 175편, 영화 150편, 연극 100편가량 출연했다"고 밝혔다.

'같이 연기하고 싶은 배우가 있느냐'는 면접관 질문엔 "제 앞에 오늘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라성 같은 배우들이 왔는데 다 함께 해보고 싶다. 근데 나이가 있어서 그건 안되겠다"면서도 앞에 있는 최민식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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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영화 '파묘' 잘 봤다. 정말 애썼고 열연했다. 언제 그런 작품을 같이 해 보자. 내가 산신령 역을 하든 귀신 역을 하든 같이 해보면 좋겠다"고 말하자 최민식은 자리에서 일어나 이순재를 향해 고개를 숙이며 존경을 표했다.

또 이순재는 배우 이병헌을 향해 "우린 액션을 해야 하는데 이 나이에 치고받을 순 없고 한국판 '대부'를 하자"고 말했다. 그는 "내가 말론 브랜도 역할을 하고, 이병헌 배우가 알 파치노 역할을 하면 잘 어울릴 것 같다"며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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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이순재는 '대사량이 많은데 외울 수 있겠냐'는 질문에 "대본 외우는 거요? 그건 배우로서 기본입니다"라며 "배우 생명력은 암기력이 따라가느냐가 경계선이다. 스스로 판단했을 때 '미안합니다. 다시 합시다'를 대 여섯번 하면 그만둬야 한다"라며 소신을 밝혔다. 


그는 "대본을 완벽하게 외워야 제대로 된 연기를 할 수 있다. 대사에 혼을 담아야 하는데 못 외우면 혼이 담기겠냐. 대사 외울 자신 없으면 배우 관둬야 한다. 그건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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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항상 새로운 작품, 역할에 대해 도전도 해야 한다. 새롭게 만들기 위해 공부하고 고민하는 게 배우다. 그래야 새로운 역할이 창조된다"며 "그동안 연기를 아주 쉽게 생각했던 배우, 이만하면 됐다 하는 배우 수백명이 없어졌다. 노력한 사람들이 지금 남아있는 거다. 연기에 완성이 없다는 게 이거다. 완성을 향해서 고민하고 노력하고 도전해야 한다는 게 배우의 숙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으냐'는 질문에는 "난 상도 많이 못 타 봤으니깐 상탄 배우는 아니고 열심히 한 배우로 기억해주시면 좋겠다"며 즉석으로 셰익스피어 연극 '리어왕'의 한 장면 독백신을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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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석 배우들은 이순재의 대사 하나하나에 귀 기울이며 노배우의 연기에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특별 연극을 끝내고 무대로 내려가는 이순재를 본 배우들은 모두 일어나 기립박수를 쳤다.


무대를 내려가는 이순재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유연석과 엄정화의 눈가가 촉촉하게 젖어있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이순재가 무대 밖으로 내려간 뒤 스크린에는 "예술이란 영원한 미완성이다. 그래서 나는 완성을 향해 끊임없이 도전한다"는 이순재의 자필 문구가 올라오며 특별 무대는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