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9일(금)

늦게 배운 한글로 문학상까지 수상한 할머니들

 

얼굴에서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나이가 돼서야 한글 공부를 시직한 할머니들이 문학상을 수상했다는 훈훈한 소식이 전해졌다.

 

13일 전남 곡성군은 2014년부터 운영해온 길 작은 행복학습센터의 여러 강좌에서 지난해 다양한 성과를 냈다고 밝혔다.

 

전깃불 들어오는 도시의 삶을 동경했던 소녀는 서울 용산에서 남의 집 담살이를 시작했다.

 

밤마다 고향집을 그리워했던 소녀는 자신을 찾으러 온 할머니 손에 이끌려 남의 집 둥지를 털고 곱돌곱돌 두루미길 따라 전남 곡성으로 돌아왔다.

 

6남매를 품고서 몸이 부서지도록 일만 하고 산 소녀는 어느덧 객지에 둥지를 틀고 하나씩 떠나간 자식들의 빈자리를 발견했다.

 

일흔셋 노인이 된 소녀는 홀로 장터에 들어섰다.

 

조남순 할머니는 젊은 날 서울에서 보낸 단칸방 시절과 6남매를 기른 어머니로서의 삶, 자식을 출가시킨 노년의 일상을 시로 써내려갔다.

 

일흔이 넘어 한글공부를 시작한 조 할머니는 회고시 '둥지'로 곡성문학상 일반부 장려상을 받았다.

 

조 할머니와 함께 시문학 수업을 통해 한글 공부를 시작한 안기임(82), 박점례(70), 양양금(70) 할머니도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호박을 똘똘 감은 풀을 가위로 칵 잘라브렀더니 올라오는 달덩이', '소 땜시 볏짚 서 마지기를 묶고 막 끈낸께 비가 툴툴툴 낼쳐', '옥수수 나눠 먹으며 며늘아가랑 나랑 어깨를 맞추고 우리도 하나가 된다' 등 저마다 하루의 풍경을 구수한 사투리로 표현했다.

 

글도 모르는데 무슨 시집을 만드느냐며 손사래를 쳤던 할머니들은 자신들의 작품을 엮은 시집 '햇빛사다리'가 출간되자 보고 또 봤다며 소감을 전했다.

 

곡성문학상에서 입상한 한글반 할머니들뿐만 아니라 동화창작반 수강생인 주부 정은희(41)씨도 '기억수프'라는 작품으로 목포문학상 동화 부문 남도작가상을 받았다.

 

한편 곡성군 관계자는 "평생교육이야말로 주민의 삶에 행복을 전하고 아름다운 성과를 낼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평생학습사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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