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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은 때 벗겨낸 느낌, 기쁘진 않다"...'돌려차기남' 징역 20년에 피해자 직접 입장 밝혔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가해자에게 대법원이 징역 20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한 가운데, 피해자가 직접 인사이트에 입장을 밝혔다.

인사이트제보자 A씨 제공


[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가해자에게 대법원이 징역 20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피해자 A씨는 인사이트에 "묵은 때를 벗겨낸 느낌. 그렇다고 기쁜 건 아니다"라고 했다. 


21일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성폭력처벌법 위반(강간등살인) 혐의로 기소된 이 모 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10년간 신상공개와 아동·청소년·장애인 관련기관 취업제한,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명령도 유지됐다.


인사이트사건 당시 장면 / YouTube '사건반장'


피해자 A씨가 본지에 제보한 건 지난해 8월 20일이었다. 그로부터 대법원 판결을 받기까지 1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대법원의 확정판결이 나온 후 A씨는 국회의원회관 제3 세미나실에서 열린 '2023년 범죄피해자 지원을 위한 세미나'에 참석했다. 


세미나가 끝난 후 연락이 닿은 A씨는 1년 넘게 이어진 기나긴 싸움과 관련해 "묶은 때를 벗겨낸 느낌"이라면서도 "그렇다고 기쁜 건 아니다. 이제 한 걸음을 나아갔을 뿐"이라고 했다. 


A씨에 따르면 이씨는 수감생활을 하면서도 A씨를 향한 모욕성 발언을 수차례 한 것으로 드러나 교정청이 수감자 10여 명을 상대로 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인사이트1심 판결 직후 A씨가 올린 글 / 온라인 커뮤니티


교정청 조사와 관련해서는 아직 사건번호가 나오지 않았다. 이제 끝났다는 세간의 시각과 달리 또 다른 싸움의 시작을 앞둔 셈이다. 


A씨는 "아직 사건이 다 끝난 게 아니다. 초기 수사가 부실 대응이었다. 피해자가 부실 대응에 대한 문제도 계속 제기하고 싶다"고 했다. 


A씨는 이번 대법원 판결로 인해 비슷한 유형의 무차별 폭행 사건과 피해자를 향한 관심이 사그라질 것을 우려했다. 


그는 "성범죄자 신상 정보 등록을 하려고 이렇게까지 버틴 게 아니다. 20년 뒤에 아무 잘못 없는 가족이나 (내) 아들딸이 다칠 수도 있다. 주민들이 확인하는 정보로 그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인사이트가해자 이씨 / 제보자 A씨 제공


그러면서 "조금 더 피해자를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며 "불행한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제 사건이 아니어도 계속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판결에) 초범, 인정, 심신미약 등은 들어가지 않았으면 한다"며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최근 신림동에서 발생한 '너클 살인 사건' 피해자 유족에게 연락이 왔다고도 밝혔다. 


A씨는 "유족께서 최원종이 돌려차기남을 모방했다는 보도와 관련해 '죄책감 가지지 말아라. 가해자가 잘못한 거지 본인(A씨)이 잘못한 건 없다'고 말해줘 힘이 됐다"고 했다. 


인사이트지난 6월 항소심 판결 직후 A씨 모습 / 뉴스1


끝에는 힘을 준 목소리로 "계속해야죠. 계속 싸워 가야죠"라고 덧붙였다. 


한편 돌려차기 사건은 부산 서면에서 귀가 중이던 20대 여성을 뒤따라가 돌려차기 등으로 무차별 폭행한 사건이다. 


이씨는 1심에서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돼 징역 12년을 선고받았으나 이후 피해자 청바지에서 A씨의 DNA가 검출되는 등 추가 증거를 찾아내 강간살인 미수 혐의로 공소장을 변경, 항소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이 공론화된 이후 신상공개 제도 개선과 피해자 상고권 등이 사회적 논의 과제로 부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