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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공장까지 지은 '지존파', 29년 전 오늘(21일) 한국을 뒤흔들었다

29년 전 오늘 시민 5명을 살해한 살해 범죄 집단 지존파 구성원이 체포되면서 TV를 시청하던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인사이트영화 '논픽션 다이어리'


[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추석 연휴 첫날이던 지난 1994년 9월 21일. 가족들이 모여 화기애애하던 명절 밥상에 충격적인 소식이 날아들었다. 


이날 서초경찰서에서 전국을 무대로 납치·살해·암매장·소각 등의 방법으로 증거를 인멸해 가며 5명을 살해한 살인 범죄집단 '지존파'의 일당 7명이 검거됐다는 뉴스가 전해진 탓이다. 


검거된 이들은 취재진의 카메라 앞에서 고개를 뻣뻣하게 들고 시종일관 당당한 모습을 보였다. 


심지어 미소를 띠며 "정말 죽일 사람 못 죽여서 한이 맺힌다", "우리 엄마 내 손으로 못 죽여서 한이 맺힌다" 등 반사회적이고 반인륜적인 발언으로 모두를 충격에 빠뜨렸다. 


인사이트영화 '논픽션 다이어리'


지존파 멤버들의 평균 나이는 18세 미성년자를 포함해 21살에 불과했다. 


지존파의 결성은 처음부터 조직적이었다. 이들은 세상이 오염된 이야기를 하며 "더러운 인간들을 청소해 버리자"라고 결의한 다음 1년 동안 일을 해 모은 돈 2,000만 원으로 아지트를 지었다. 


앞서 한 번 지존파를 결성했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었던 김기환은 "배신한 자는 반드시 처단한다", "잘 때 내 가슴을 열어놓고 잘 테니 나가고 싶다면 칼을 꽂고 가라. 그러지 못하면 지옥까지 쫓아가 죽일 것이다" 등의 말을 했다고 한다. 


조직의 기강을 흔드는 자에게 용서란 없으며 조직에 합류한 이상 벗어날 수 없음을 강조했다. 


인사이트영화 '논픽션 다이어리'


아지트는 두목 김기환의 어머니 집을 고쳐 약 170평 규모로 마련됐다. 이곳은 그야말로 '살인 공장'이었다. 


이웃들에게는 어머니를 모실 집을 짓는다며 거짓말을 하고, 지하에 감옥과 시신을 태울 소각장을 만들었으며 가스총, 다이너마이트, 대검, 전기충격기 등 각종 무기를 마련해 비치했다.


이들은 '우리는 부자들을 증오한다', '각자 10억씩 모을 때까지 범행을 계속한다', '배반자는 처형한다', '여자는 어머니도 믿지 말라' 등의 행동강령을 갖추고 범행을 자행했다.  


이들이 검찰에 검거되기 전까지 살해한 사람은 최소 5명에 이른다. 


인사이트영화 '논픽션 다이어리'


이들의 범죄는 3번째 희생자인 이종원과 드라이브를 하다가 함께 납치된 카페 여종업원 A씨가 가까스로 탈출하면서 세상에 드러나게 됐다. 


납치 당시 A씨는 이들이 자신을 살려주지 않을 것이란 걸 본능적으로 느끼고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않았다. 


처음 잡혔을 때 멤버 김현양이 "당신이 이제부터 우리가 하라는 대로 따르면 우리는 당신을 살려줄 것이고 아니면 죽일 것이다"고 했다. 이때 A씨가 어이없다는 듯 픽 웃었는데 김현양이 이에 당황했다고 한다. 


이후 김현양은 A씨에게 연정을 품고 그를 죽이려는 조직원들을 설득해 간신히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인사이트영화 '논픽션 다이어리'


그러던 중 우연히 탈출의 기회가 찾아왔다. 다이너마이트를 잘못 다뤄 손과 발에 부상을 입은 김현양이 실밥을 풀고 상처 부위에 소독을 받기로 한 날, A씨는 김현양에게 병원에 동행하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병원에 도착한 김현양은 현금 50만 원이 든 지갑과 휴대전화를 A씨에게 맡긴 후 진료실로 들어갔다. 


극적으로 혼자 남게 된 A씨는 그대로 병원을 빠져나와 택시를 잡고 인근 포도밭으로 몸을 숨겼다. 이어 인근 주민에게 도움을 구해 자신이 일하던 카페에 연락했고, 이 소식은 카페 단골 손님이던 서초경찰서 강력 4반 고병천 반장에게 닿았다. 


그렇게 지존파의 끔찍한 범행이 세상에 드러났다. 


인사이트영화 '논픽션 다이어리'


체포 당시 행동대장이던 김현양은 스스로 여성의 한쪽 가슴을 도려내 먹었다고 말해 모두를 충격과 공포에 빠뜨렸다. 인육을 먹은 이유에 대해서는 "인간이길 포기하려고"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들을 "인간이길 포기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라며 "뉘우침의 기색마저 없는 이들을 우리 사회로부터 영원히 격리시켜야 마땅하다"고 밝혔다.


지난 1995년 11월 3일 범죄 단체 가입 및 사체손괴죄를 적용받아 징역 5년을 구형받은 이경숙을 제외한 6명의 사형이 집행됐다. 


김영삼 정부 출범 이후 두 번째로 집행된 사형이었다. 당시 일부 단체들은 사형제 폐지를 주장하며 성명을 내고 반대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