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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팔'을 본 서울대생이 페이스북에 남긴 글

'응팔' 애청자인 한 서울대생이 드라마를 보고 느낀 '불편한 점'들을 정리해 쓴 장문의 글이 누리꾼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via (좌) tvN '응답하라1988', (우) 서울대학교 대나무숲 / Facebook

 

한 서울대생이 '응팔' 보고 느낀점들을 정리해 쓴 장문의 글이 누리꾼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26일 '서울대학교 대나무숲'에는 한 학생이 "'응팔'을 재밌게 보고 있지만 불편한 점들이 있다"며 다음과 같은 의견을 제시해 큰 공감을 얻고 있다.

 

1. 어머니의 희생과 내조에 대한 환상을 반복적으로 강조한다

 

tvN '응답하라 1988'에는 유난히 가족에 관한 에피소드가 많이 나온다. 가난한 환경이 힘들면서도 가족들을 위해 자신을 돌보지 않는 어머니의 사랑과 희생이 그 예이다.

 

80년대 시대적 상황을 그리다 보면 가부장적인 아버지와 희생적인 어머니의 모습이 표현될 수 밖에 없다.

 

특히 작성자는 정환의 어머니가 가족들이 자신을 필요로 하지 않는 것처럼 보여서 서운해하는 장면에 대해 "어머니는 챙겨주는 걸 좋아하고 항상 남편과 아들들 뒤치다꺼리를 즐긴다는 환상을 심어주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며 문제제기를 했다.

 

2. 아버지의 말도 안되는 특성들을 자꾸 미화한다

 

드라마 속 덕선의 아버지는 빚보증을 잘못 섰다가 집안을 풍비박산 낸 후 술만 마시는 등 무능력한 모습을 가졌다. 동시에 가족들에게 "어디 가장에게"를 소리치는 가부장적인 모습을 지녔다.

 

하지만 드라마는 이런 덕선의 아버지의 모습에 "구관이 명관이라고 우리 남편이 최고지"하는 듯 마무리져 "그런 마무리로 인해 무능력하지만 가부장적인 아버지와 수동적인 아내의 모습이 이상적인 가정인 것처럼 비춰지는 것 같다"고 불편한 심경을 밝혔다.

 


via tvN '응답하라 1988'

 

3. 덕선이가 여태까지 응답하라 시리즈 여자 주인공 중에 가장 무능력하다

 

'응칠' 시원이는 공부는 못해도 글을 열심히 써서 방송 작가가 되었고 '응사' 나정이는 착하고 공부도 잘하는 딸이었다.

 

하지만 '응팔' 덕선이는 공부도 못하고 귀엽고 애교가 많은 것 빼고는 할 줄 아는게 없는 캐릭터다.

 

이에 작성자는 "시원이와 나정이는 자기 힘으로 이룬 것이 있지만 덕선이는 응답하라 시리즈 중 가장 무능력하면서 아무런 능력도 없으면서 우울해 하기만 한다"며 "전형적으로 능력없고 예쁜 여자주인공의 스테리오 타입이 강화되는 것 같다"고 안타까움 드러냈다.

 

4. 하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모두 덕선이를 좋아한다

 

정환이는 헐렁하고 바보같은 짓을 하는 덕선이가 귀여워 보이고 택이는 엄마처럼 자기를 잘 챙겨주는 덕선이를 좋아한다.

 

물론 위와 같이 덕선이가 무능력한 캐릭터이지만 예쁘고 애교 많은 덕선이를 좋아하는게 당연하지만 쌍문동 남자들이 덕선이를 좋아하는 이유는 다름 아닌 덜렁거리고 바보같으면서 모성애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작성자는 "전형적으로 내조를 잘하고 남을 잘 챙기는 현모양처와 같은 어머니 상을 덕선이가 표현하는 것 같다"며 여성상에 대한 고정관념을 지적했다.

 

5. 동룡이는 왜 불쌍한 것처럼 비춰지는가

 

'응팔'을 보면 동룡이의 엄마는 거의 안 나오고 아버지도 가끔 나온다. 하지만 동룡이의 어머니는 보험왕이 될 정도로 능력있는 분이시고 아버지는 쌍문고 선생님이다.

 

드라마의 한 에피소드에서 동룡이가 어머니의 부재 때문에 오토바이를 타며 약간의 비행을 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이에 작성자는 "드라마는 항상 바쁜 엄마에게 일종의 죄책감과 암묵적인 비난을 씌우는 반면 함께 바쁜 아빠에게는 별 말이 없다"며 "드라마에서 동룡이는 엄마가 차려준 밥을 못먹는다며 불쌍하게 비춰진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 드라마에서 멋있고 감동적으로 비춰지는 장면들에는 어머니의 내조와 희생이 전제되어 있다"며 안타까움을 표하기도 했다.

 

via tvN '응답하라 1988'

 

작성자는 "물론 드라마를 의도적으로 이렇게 만들었다기 보다는 우리 사회와 방송에 깊이 뿌리 박힌 모성애와 여성에 대한 편견이 겹쳐졌기 때문이 아닐까"라며 "미디어에서 여성과 어머니의 입지를 한번 더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라고 대중매체에 대한 다양한 시선을 구했다.

 

해당 글을 본 누리꾼들은 "해석의 타당성이나 개연성 여부를 떠나 충분히 할 수 있는 해석이며 건전한 비평적 접근이었다"며 칭찬하거나 반대로 "80년대를 배경으로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드라마를 이렇게까지 하면서 봐야하냐"는 상반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응답하라 1988을 열심히 보고있는 애청자입니다.정말 드라마 재미있게 보고 있기는 한데요, 볼때마나 상당히 불편한 면들이 있어서혹시 제가 오버스러운건지 아니면 저같은 느낌 받으신 분들 있는지 궁금해서 글을 올립니...

Posted by 서울대학교 대나무숲 on 2015년 12월 25일 금요일

 

김수경 기자 sookyeong@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