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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살릴 사람은 저 뿐"...너무 어려 위험한데도 간암 아빠 위해 이식 수술 한 16살 막내 아들

의료진과 가족 모두 깊은 고심에 빠진 그때, 이군이 간을 기증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인사이트장기이식코디네이터 김예지 간호사, 간담췌외과 김상진 교수, 이 모 군(아들), 환자 이 모 씨(아버지). / 고려대의료원


[인사이트] 김한솔 기자 = 고등학생 밖에 되지 않은 막내 아들이 아버지를 위해 자신의 간을 떼어줬다는 소식이 전해져 감동을 주고 있다.


지난달 31일 고려대 안산병원에 따르면 고등학교 2학년인 이모(17) 군이 9년 전부터 간경화로 투병하다 최근 간암까지 발병한 아버지(49)를 위해 생체 간 이식 수술을 받았다.


아버지 이씨는 B형 간염으로 인한 간경화로 2015년부터 투병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지난 2019년, 증상이 악화되며 토혈까지 하게됐고 이때부터 고대 안산병원에서 진료를 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상황은 더욱 나빠져 결국 지난해 5월 간암까지 발병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간 기증 공여 방법은 크게 생체 간 이식과 뇌사자 간 이식 두 가지가 있으나 국내에서는 뇌사자 기증이 드물다.


때문에 가족 중 공여자를 찾는 경우가 많은데, 이씨 가족의 경우는 순탄치 않았다고 한다.


보통 성인 보호자가 우선적인 대상자가 되지만 이씨의 배우자는 간의 크기가 작아 공여자로 적절치 않았다.


이씨의 여동생 역시 B형 간염을 앓고 있어 어려웠고, 이씨의 첫째 아들은 기흉이 있어 기증자로 적합하지 않았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결국 이씨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가족은 둘째 아들 이모군 밖에 없었다.


하지만 만 16세의 너무 어린 나이였다. 법적으로는 간 기증이 가능한 나이지만 수술에 따른 위험성을 무시할 수는 없을 터.


의료진과 가족 모두 깊은 고심에 빠진 그때, 이군이 간을 기증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의료진들은 이군이 만 17~18세가 될 때까지 기다린 후 이식을 진행하는 차선책도 고려했지만 이씨의 상태가 위독했고 무엇보다 이군이 아버지를 살리겠다는 마음이 보여 간 이식 수술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같은 날 수술대에 오른 아버지와 아들. 간담췌외과 김상진 교수와 한형준 교수의 집도로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이군은 빠르게 회복해 11일 만에 퇴원했고, 이씨도 퇴원을 앞두고 있다고 전해진다.


이군은 "가족 중에 유일하게 내가 아빠를 살릴 수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당연히 간을 기증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수술을 받는 것이 조금 두렵기는 했지만 아빠를 살리는 것이 훨씬 더 중요했다"고 말해 감동을 안긴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병상에 앉아있던 이 씨는 곁에 있던 아들의 팔을 잡아 몸 쪽으로 끌어당기며 "아들이 너무 고맙고 기특해서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고 말했다.


이어 "간 기증 수술을 받느라 (아들이)중요한 시기에 입원해 학업에 지장을 준 것 같아 미안하다"고 전했다.


이식 수술을 집도한 한 교수는 "환자는 간경화가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된 상태로 내원했고, 계속된 치료에도 간암 재발의 위험이 있어 이식이 불가피했다"며 "수술 이후에도 꾸준한 관리가 중요한 만큼 환자와 기증자 모두 건강하게 생활하실 수 있도록 향후 진료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