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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 여직원에 "20살 연상 남직원과 사귀라"한 상사...성희롱 '유죄' 판결 받았다

신입 여직원에게 20살 많은 남성 만나보라 부추긴 회사 간부가 '성희롱' 유죄 판정을 받았다.

강지원 기자
입력 2023.05.08 15:38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인사이트] 강지원 기자 = 직장 상사가 신입 여직원에게 나이 많은 다른 직원과 사귀어 보라는 식의 농담을 지속적으로 할 경우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8-2부(부장 이원중·김양훈·윤웅기)는 국내 한 대기업 여직원 A씨가 상사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단한 1심을 유지했다.


이와 함께 "A씨에게 위자료 3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판결에 따르면 사건은 2021년, A씨가 입사 4개월 차 신입 사원이던 시절 일어났다. A씨는 초면인 옆 부서장 B씨 등 다른 상사 3명과 점심 식사를 함께 했다. 


이 자리에서 한 직원이 A씨에게 "어디에 사느냐"고 물었다. 


A씨는 "OO역 쪽에 산다"고 답했고 근속연수 25년인 간부 B씨는 "OO역? C씨도 거기 사는데, 둘이 잘 맞겠네"라는 말을 했다.


C씨는 당시 식사 자리에 없었던 다른 부서 직원으로 A씨와 20살 가량 많은 미혼 남성이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곧이어 B씨는 A씨에게 치킨을 좋아하느냐고 물었고 A씨는 "좋아한다"고 답했다. B씨는 "C씨도 치킨 좋아하는데 둘이 잘 맞겠네"라고 재차 몰아갔다. 


불편했던 A씨는 "저 이제 치킨 안 좋아하는 것 같아요"라고 완곡하게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B씨는 멈추지 않고 "그 친구 돈 많은데 그래도 안돼?"라고 말했다.


이 사건은 해당 기업에서도 공론화됐다. 회사 측은 인사 조처를 통해 두 사람을 분리했고, B씨에게 견책 3일 징계 처분을 내렸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이후 A씨는 정신과 치료를 받고 휴직까지 하게 됐다며 손해배상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B씨의 발언을 '성희롱'이라고 판단했고, 항소심 재판부 역시 같은 판단을 하며 정신적 고통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직장 내에서 상사가 지위를 이용한 성적 언동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한 것으로, 남녀고용평등법이 금지하는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재판부는 A씨가 거부 의사를 완곡히 표현했지만 전혀 개의치 않고 돈이 많은 남성은 나이·성격·환경·외모 등에 관계없이 훨씬 젊은 여성과 이성 교제를 할 수 있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화가 완전히 대등한 관계에서 이뤄졌으리라 보기 어렵고 다른 사원들도 함께 있던 자리라는 상황을 종합하면 남성인 피고의 발언은 성적인 언동"이라며 "여성인 원고가 성적 굴욕감을 느꼈으리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해당 기업이 이 사례를 성희롱 예방 교육 자료로 사용했던 점과 사내 커뮤니티에서도 이 발언이 성희롱에 해당한다는 글이 다수였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B씨는 "노총각인 남성 동료에 대한 농담이었을 뿐 음란한 농담과 같은 성적인 언동을 한 것이 아니다"라고 항변했으나 받아 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성희롱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행위자에게 반드시 성적 동기나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남녀공용평등법 시행 규칙 상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도 성희롱 판단 기준 예시로 규정돼 있다. B씨가 A씨에게 진지하고 충분한 사과를 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