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주변을 살필 여유조차 없는 사람들에게 도시는 풍경이 없다. 내 옆집에 누가 살고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누군가는 단칸방에서 쓸쓸히 고독사를 맞이하고, 뉴스로 소식을 접하고, 그의 외로움에 동감하고, 안타까워한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58살 남성의 고독사 현장이 시선을 끌었다.
숨진 남성은 갑자기 쓰러진 후 일어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죽음 직전 그를 도와줄 사람은 없었다.
남성이 발견된 건 2주 후였다. 특수청소업체 직원들이 이 남성의 흔적을 지우기 전, 주인 잃은 물건들을 정리한다.
세탁기에는 빨랫감들이 그대로 남았고, 냉장고엔 반찬보다 약봉지가 더 많았다.
그의 살림은 5평 남짓한 공간에 남겨진 것이 전부였으나 누구도 알지 못하는 곳에서 그는 치열하게 살았던 듯하다.
그러면서도 희망을 잃지는 않았다.
유품 중에는 출국 기록이 없는 깨끗한 여권도 있었다. 붙박이장 안에 넣어둔 상자에선 신은 흔적이 없는 새 검은색 정장 구두 한 켤레가 나왔다.
아직 응모하지 않은 복권 다발 한 뭉치도 발견됐다. 파란색 주머니에는 '꼭 챙겨야 할 물건'이라고 삐뚤빼뚤 맞춤법도 틀린 쪽지도 있다.
남성은 살고 싶어 했고, 이루고픈 꿈도 있었다.
앨범에는 젊었을 때부터 늙어가는 과정이 담겼다. 쓸쓸한 죽음을 맞이한 그에게도 과거 좋은 곳에서 좋아하는 사람들과 미소 지을 때가 있었다.
그의 마지막 유품을 본 누리꾼들은 안타까워했다. 무엇보다 도시 속 작은 원룸에서 살아가는 이들이 그의 죽음을 자신에게 투영시켰다.
이들은 "남 일이 아니다 진짜로", "TV 선반 옆에 정리해 주실 분들 국밥이라도 한 그릇 하시라고 지폐라도 둬야 겠다", "이게 왠지 내 미래일 거 같아 두렵다" 등의 반응을 내비쳤다.
스마트폰에 묶이고, 외로운 노동을 하는 이들에게 유일한 미소는 조그마한 TV 박스 속 유희가 전부가 되어버린 사람들에게 누군가의 고독사는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었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리어왕'에는 "슬픔을 나눌 동료가 있고 함께 견딜 친구가 있다면 마음은 많은 고통을 쉽게 극복해 낼 것"이라는 대사가 있다.
잠깐이라도 타인과의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를 위해 조금이라도 노력이 필요한 시대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