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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미안한데 2만원만 보내줘"...전세사기 당한 20대 아들의 마지막 말

인천시 '건축왕'에게 전세 사기를 당한 20대 남성이 숨지기 전 마지막으로 어머니에게 했던 말이 눈길을 끌고 있다.

정봉준 기자
입력 2023.04.17 12:44

인사이트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수술 앞둔 어머니에게 용기 북돋아 주던 아들, 숨지기 전 남긴 마지막 말은 "2만 원만 빌려줘"


[인사이트] 정봉준 기자 = 인천시 '건축왕'이라고 불리는 이에게 전세 사기를 당한 20대 남성이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그가 세상을 떠나기 전 엄마에게 전화해 남겼던 말이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지난 16일 중앙일보는 지난 14일 오후 8시께 인천 미추홀구 자택에서 숨진 A씨의 부모와 한 인터뷰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A씨는 사망 닷새 전인 지난 9일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수술을 앞둔 어머니를 위해 용기를 북돋아 주는 말을 건넸다. 그런데 전화를 끊기 직전 힘겹게 "2만원만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인사이트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20만원도 아니고 2만원을 요청하는 아들의 부탁이 의아하게 느껴졌지만, 어머니는 아무것도 묻지 않고 아들에게 10만 원을 보냈다. 이게 마지막 대화였다.


유족들에 따르면, A씨는 가족 생계를 위해 일찍부터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밤낮으로 일하기 시작한 끝에 2019년 8월 전셋집을 마련했다.


당시 전세금 6800만 원에 집을 계약한 그는 자립에 성공했다는 생각에 뛸 듯이 기뻐했다고 한다. 그러나 기쁨은 잠시뿐, 2021년 8월 임대인은 전세금을 9천만 원으로 올리겠다고 통보했다.


인사이트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전세 사기당하고 접촉 사고 가해자까지 돼...사기 우려하는 A씨에게 중개인은 "염려하지 말라"라는 말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6800만 원을 당장 돌려받는다 한들 주변에 이사 갈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추가로 전세금을 지불하고 재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1년 뒤, 그가 살고 있던 집은 임의경매(담보권의 실행 등을 위한 경매)에 넘어갔다. A씨는 절망감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임대인은 연락을 받지 않고, 중개를 도와준 부동산 업자도 "염려하지 말라"는 말뿐이었기 때문이다.


또 경매에서 낙찰된다고 한들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돌려받을 수 있는 돈이 단돈 3400만 원뿐이었다.


인사이트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전세금을 잃은 A씨는 신용불량자가 될 수 있다는 공포에 시달렸다. 그래서 퇴직금으로 현금을 마련하기 위해 7년간 다니던 직장도 그만뒀다. 엎친 데 덮친 격, 지난 2월에는 차량 접촉 사고의 가해자가 되면서 삶의 부담감은 더욱 가중됐다.


A씨 지인은 "전세 사기를 당한 상황에서 접촉 사고까지 내면서 그가 힘들어했다"라며 "어려운 상황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 같다"라는 말을 경찰에 전했다. 


사망 당시 고인의 지갑에 있는 현금은 2천원뿐이었다.


인사이트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 뉴스1


한편 정부는 피해 임차인을 위한 금융·법률·주거 지원 방안도 마련했다.


전세보증금을 상습적으로 돌려주지 않는 악성 임대인의 신상을 공개하기로 하고, '안심 전세 앱'을 통해 임대인과 임차인 간의 정보 비대칭성도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불가피하게 전셋집을 낙찰받은 임차인의 경우 청약에 있어 무주택자 자격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