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3월 22일(토)

학폭당한 딸 영정사진 들고 졸업식 간 엄마 "교사가 '저건 또 뭐야'라고 했다"

인사이트고(故) 박주원 양 어머니 이기철 씨의 페이스북 캡처


학교 졸업식의 딸 '영정사진' 들고 참석한 어머니


[인사이트] 최민서 기자 = 2015년 학교폭력에 희생된 고(故) 박주원 양 어머니가 2018년 학교 졸업식에 딸의 영정사진을 들고 참석했다가 홀대받은 경험을 밝혔다.


최근 권경애 변호사의 재판 불출석으로 학교폭력 소송에서 패소한 박 양 어머니 이기철 씨는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영혼이 참석했던 ○○여고 졸업식'이라는 글을 올렸다.


내용에 따르면 지난 2018년 2월, 이씨가 A여고 졸업식에 검은색 상복을 입은 채 딸의 영정 사진을 들고 참석하자 교장을 비롯한 교직원들은 졸업식에 온 그를 냉대했다.


인사이트고(故) 박주원 양 어머니 이기철 씨의 페이스북 캡처


이씨는 "학교에 도착하자 당시 교직원들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왜 오셨냐', '어머니가 원하시는 게 뭐냐' 등의 질문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학교 차원에서 잘못을 인정하고 딸과 남은 가족들에게 사과를 해야 한다고 하자, 한 교직원이 헛웃음 치며 '그건 뭐..'라며 말끝을 흐렸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영정사진을 들고 강당 내부로 들어가자 내 모습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빛은 뜨악함 그 자체였고 수군거리기도 했다"면서 "여교사 한 명은 영정사진을 보고 '저건 또 뭐야'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씨는 뿐만 아니라 졸업식에서 발언 기회를 잡았다고 말했다. 그는 "주원이는 학교폭력, A 고등학교 왕따 사건으로 시달리다 하늘나라로 간 아이다. A 고등학교는 주원이가 당한 것에 대해 '가해자·피해자 없음'으로 처리했고, 어미로서 내 아이의 졸업식을 해주지 않을 수 없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


인사이트고(故) 박주원 양 어머니 이기철 씨의 페이스북 캡처


마지막으로 이씨는 "발언하는 내내 A 고등학교 교장은 안절부절못하며 마이크를 빼앗으려고 했고, 학교의 이사장은 내 발언이 끝나기도 전에 자리를 떠나버렸다"면서도 "졸업생들과 학부모들은 강당을 빠져나가지 않은 채 서 있던 그대로 멈춰 서서 나의 말을 집중해서 들어줬고 일부 학부모는 손뼉도 쳤다. 오늘이 끝이 아님을 알기 바란다"고 전했다.


해당 학교 측은 "본교에 재학 중이던 박 양에게 일어난 일은 어느 누구에게도 일어나서는 안 되는 비극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혈육을 잃은 가족들의 비통함을 감히 헤아리기 어렵지만, 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주원이의 기억은 큰 아픔으로 남아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본교는 묵묵히 학교와 학생들을 위하는 전 교직원들의 열의와 수고로 하루하루를 쌓아가고 있다"라고 애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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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박주원 양 어머니 이기철 씨의 페이스북 캡처


한편 박 양은 지난 2015년 5월 여고 1학년 재학 중 학교 폭력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후 유족은 서울시 교육청과 학교법인, 가해자 등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지만 법률대리인이었던 권경애 변호사가 지난해 9월부터 11월 사이 3차례에 열린 항소심에 모두 출석하지 않아 유족이 최종 패소 판결 받았다.


유족들은 "권 변호사의 행동을 도저히 이해할 수도, 용서할 수도 없다"며 대한 변호사협회를 향해 정직 수준의 징계가 아니라 다시는 법의 무대에 서지 못하도록 제명할 것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