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4일(일)

내신 7등급인데 '시 한 편'으로 동국대 문예창작 합격한 래퍼의 '넘사벽' 필력

인사이트래퍼 QM(본명 홍준용) / Instagram 'qmquestionmark'


내신 7등급인데 '시 한 편'으로 동국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들어간 래퍼 QM


[인사이트] 정봉준 기자 = 입학 시즌이 다가왔다. 누구는 수석 입학을 하고, 또 누구는 특별한 사연을 갖고 떨어지기도 혹은 붙기도 한다.


시간은 좀 지났지만, 여전히 '레전드 입시 결과'라고 평가받는 래퍼 QM(본명 홍준용)의 사연이 재조명받고 있다.


지난 2일 QM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2009년 동국대학교에 지원할 당시 출력했던 수험표와 문학특기자 전형에 지원하기 위해 작성했던 시를 올렸다.


인사이트Instagram 'qmquestionmark'


그는 "동국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문학특기자 전형 합격 시 전문"이라는 짧은 글과 함께 자신의 필체가 담긴 시 한 편을 공개했다.


대학교에 지원할 당시 고등학교 내신이 7등급이었다는 QM은 이 시 한 편으로 창작 능력을 인정받아 문예창작학과 중에서도 들어가기 어렵다는 동국대학교 문예창작학과에 특별 전형생으로 단번에 합격했다. 2021년도 기준 동국대학교 문예창작학과에 수시로 합격한 학생들의 평균 내신 성적은 2.27 등급이다.


인사이트Instagram 'qmquestionmark'


당시 시에서 표현되어야 하는 주제는 '혜성·가재미·보행사·흰 테이프·나프탈렌' 등 5가지 단어다. 전혀 연관성 있지 않은 단어들로, 창작하기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는 단어들이다. 그런데도 QM은 멋지게 시 한 편을 완성해냈다.


QM이 작성한 시 전문을 본 누리꾼들은 "10년 넘은 입시썰이어도 여전히 레전드", "이 시로 랩 한번 해주면 좋겠다", "글을 읽었는데 영상 한 편 본 기분이다"는 등 감탄했다.


아래는 QM이 작성한 시 전문이다.


비좁은 단칸방 저녁에 물들어갈때

얼굴에 죽음꽃 수두처럼 번진 노인 하나

먼저 간 할미의 영정사진이 내려다보는 앞에

홀로 밑바닥에 단단히 뿌리를 내려버렸다


보행사 천년된 느티나무 밑 축축한 그림자

이파리 잠겨가는 그곳에 할미의 재를 담아놓은 단지

묻어놨을 때부터 그는 당신과의 동행을 꿈꿔 왔다

가을바람 앞 단풍잎 단풍나무 떠나가듯

하나 둘 떠나간 자식들 젖은 낙엽이 되어

영영 돌아오지 않을때 그는 가재미처럼

바닥에 들러붙어 엉엉 울었더랬다


머리에 우유빛 혜성들을 지닌 노인

나프탈렌처럼 서서히 허공으로 녹아들어갈 때

감색옷을 입은 사내들 문을 열고 들어와

먼지에 뒤덮힌 그를 흰 이불보로 감싸안았다

흰 테이프로 껍데기만 남긴 노인

할미와 함께 간 것일까 그 온기조차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