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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폭 이슈 터질 때마다 회자하는 2001년 '부산 고교생 학폭 가해자 살인사건'

학폭 관련 사건이 이슈가 될 때마다 회자하고 있는 사건이 학폭 피해자에 대한 관심과 지원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2001년 부산의 한 고등학교 1학년 교실. 당시 17살이었던 김 모 군은 이날도 학교에 오지 않았다. 벌써 2주째였다. 


이날도 김군이 학교에 오지 않았음을 확인한 뒤, 수업이 진행됐다. 


그 시각, 김군은 공중전화 부스에 들어가 수화기를 들었다. 그가 전화를 한 사람은 엄마였다. 김군은 어머니에게 '잘 지내세요'라는 말을 남기고 2교시가 시작되는 교실로 향했다. 


수업이 한창일 때 문을 박차고 들어온 김군은 신문지 뭉치에서 흉기를 꺼냈다. 수업 중이던 교사가 제지했으나 김군은 아랑곳하지 않고, 교사와 친구들이 보고 있는 앞에서 수업을 듣고 있던 박모군을 흉기로 찔렀다. 


인사이트MBC '뉴스데스크'


학교는 아수라장이 됐다. 흉기에 찔린 박군은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곧 숨졌다. 


사건 직후, 김군은 경찰에 검거됐다. 그는 입학 전부터 "박군이 너무 괴롭혔고, 그것을 감당하기 힘들었다"며 "영화 '친구'를 40여 차례나 보고 보복심리를 느꼈다"고 밝혔다. 


김군의 친구는 김군이 이른바 학교 짱으로 통하는 박군에게 상당한 괴롭힘을 받아왔다고 진술했으며, 사건이 일어나기 약 2주 전, 점심시간에 노래방에 가는 문제를 두고 김군이 박군에게 10여 분간 심하게 구타당했다고 했다. 


김군이 폭행당할 때, 다른 친구들은 도와주기는커녕 구명만 했다. 일부 학생들은 김군을 대놓고 무시하기도 했다. 


인사이트MBC '뉴스데스크'


학교 측의 대응도 문제였다. 


폭행 사건이 일어난 이후 김군과 박군을 불러 화해를 시켜 되돌려 보낸 뒤 김군이 장기 결석을 했는데도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 여기고, 어머니에게는 전화를 걸어 '무조건 학교에 보낼 것'이라고 요구했다. 


그 외의 별다른 조치는 없었다. 


김군은 학교를 2주 결석하는 동안 친구 집에서 영화 '친구'를 다운받아 40여 차례 돌려본 뒤 그 영화의 대사를 외웠다. 그리고 2주 뒤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고 말았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결국 김군은 1심에서 징역 장기 10년 단기 7년을 선고받았다. 항소심에서는 징역 장기 8년 단기 5년으로 감형되어 대법원 상고를 포기하고 형이 확정됐다. 재판 결과대로라면 현재는 출소한 상황이다. 


해당 사건은 학폭 관련 사건이 이슈가 될 때마다 회자하고 있다. 많은 피해자들이 학폭을 당한 이후에도 정신적인 고통을 받고 있어서다. 


학폭위가 열린다고 해도, 처분을 학교에서 맡다 보니 학교에서는 마치 행정 업무를 하듯 가해자와 피해자의 진술을 기계적으로 정리하는 넘기는 경우가 많다. 


다시 친구들과 친해지기도 쉽지 않다. 또 자신을 향한 주변의 시선과 고정관념과도 싸워야 한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피해 학생이 제대로 서기란 힘든 일이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제도에 있어서도 학폭 사건에 대한 사후 점검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책이나 제도의 중심에 피해자가 있는지 의문에 들게 한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더 글로리'의 극단적 스토리는 판타지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현실의 학폭 사건을 보면 결국 그렇지도 않다. 


어쩌면 피해자들은 더욱 궁지로 몰리고 있다. 피해 학생들이 김군처럼 잘못된 선택을 할 가능성도 여전하다. 


학교 폭력의 변화, 가해자의 진심 어린 사과를 이끌고 피해자가 당시 당당하게 설 수 있기 위해서는 피해자 중심의 제도와 지원, 그리고 우리 사회의 관심이 더욱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