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06일(토)

"엉덩이 움켜쥐었다" 출근길 지하철 성추행범으로 몰린 남성...2년 만에 '무죄' 판결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인사이트] 김나영 기자 = 출근길 지하철에서 성추행범으로 몰려 기소됐던 남성이 2년이 넘는 재판 끝에 무죄를 확정했다.


지난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2부(맹현무 김형작 장찬 부장판사)는 검찰의 항소를 기각하고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현재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 A씨는 무죄가 확정됐다.


A씨의 억울한 사연은 지난 2020년 11월 아침 출근길 서울의 한 지하철에서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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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전동차에서 하차하던 여성 B씨는 누군가 왼쪽 엉덩이를 움켜쥐자 즉시 고개를 돌려 자신의 왼쪽 뒤편에 서있던 A씨를 범인으로 지목했다.


B씨는 A씨에게 "어디를 만지는 거냐"라고 항의했지만 A씨는 그대로 지하철에서 내렸고 이를 본 B씨는 A씨를 따라가 붙잡은 뒤 "도와달라"고 큰소리로 외쳤다.


주변이 시끄러워지고 나서야 A씨는 귀에 꽂고 있던 무선이어폰을 빼며 "이어폰을 끼고 있어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고 답했지만 곧 현장에 출동한 경찰의 임의동행 요구에 응해야 했다.


B씨는 경찰 조사에서 "누군가 내 엉덩이를 만직 직후 돌아봤을 때 A씨가 가장 가까웠다"며 "가까이에 있는 사람은 A씨 뿐이었다"고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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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다른 승객들이 많이 내리고 마지막쯤에 내리는 거라서 승객들끼리 밀착한 상태도 아니었다"며 "다른 사람이 팔을 뻗어서 제 엉덩이를 만질 만큼 꽉 붐비지도 않았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나 A씨는 B씨의 주장에 반박하며 "겨울이라 마스크 때문에 김이 서릴까 봐 안경을 상의 왼쪽 호주머니에 넣고 탄다. 왼손에 휴대전화를 들고 오른손은 안경을 보호하기 위해 가슴에 붙이고 탄다. 항상 같은 자세로 지하철을 탄다. 내릴 때도 같은 자세로 내린다. 모르는 여성의 엉덩이를 만진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양측의 입장이 전혀 다른 상황에서 폐쇄회로(CC)TV에는 A씨와 B씨가 지하철에서 하차하는 모습만 담겼는데, B씨 진술과 달리 많은 승객들이 지하철에서 우르르 하차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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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경찰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공중밀집장소에서의 추행) 혐의를 적용해 A씨를 검찰에 송치했고, 검찰은 경찰 송치 내용 그대로 그를 재판에 넘겼다.


재판에서 B씨는 처음 진술과 달리 "지하철 칸에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만원인 상태로 서로 옷깃이 부딪혀있고 앞뒤로 접촉한 상태였다. 하차 시에도 제 뒤편에 사람들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이를 토대로 1심은 "남성 A씨의 해명이 수긍이 된다"며 "또 여성 B씨의 엉덩이를 누군가 움켜쥐었다고 하더라도 A씨의 오른쪽에 있던 사람이 왼손을 이용해 범행을 저지를 수 있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에 바로 왼쪽에 있었던 A씨가 범행을 저질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재판부는 검찰의 항소를 기각하고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