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2월 06일(금)

엉덩이·허벅지·가슴 몰카 ‘유죄’… 특정부위 아니면 ‘무죄’


강모씨가 찍은 몰카로 왼쪽은 유죄로, 오른쪽은 무죄로 판결났다. 오른쪽은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인터넷 게시판


무더운 여름이 되면 여성들이 짧은 스커트나 반바지를 입고 외출을 많이 한다. 그런데 길거리나 지하철에서 이들을 몰래 촬영했다면 어느 선까지 처벌 대상이 되는지 논란이 일고 있다.

법원이 잇달아 상반된 판결을 내림에 따라 일선 단속 현장에서 어떤 기준으로 처벌해야 하는지 의견이 엇갈리기 때문이다. 심지어 똑 같은 몰카의 경우도 특정 부위가 아니면 무죄라는 판결이 나와 여성과 시민단체의 반발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1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서울중앙지법 형사26부 심리로 '몰카'를 찍은 강모(35)씨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이 열렸다. 

강씨는 지난해 6~8월 지하철 역이나 길거리 등에서 외국인 여성 A(27)씨 등 15명의 전신(全身)을 뒤쪽과 옆쪽에서 몰래 찍어 한 언론사의 인터넷 게시판에 올린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사진 속 여성들은 허벅지가 드러날 정도의 짧은 하의나 몸매가 드러나는 원피스를 입고 있다.

검사가 피고인이 짧은 원피스를 입은 여성을 집중적으로 촬영했다고 주장했고 배심원들은 이내 수긍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사진이 한 장씩 공개되면서 분위기는 반전됐다. 강씨는 통상의 '몰카범'들처럼 아래에서 위로 치마 속을 찍거나 위에서 아래로 가슴 부분을 찍지는 않았던 것. 

자신의 가슴 부위에서 휴대폰을 들고 찍었는데 특정 부위보다는 전신 모습을 주로 찍었다. 변호인 측은 "길거리에서 그냥 볼 수 있는 모습인데, 이게 어떻게 성적 욕망이나 성적 수치심으로 이어진단 말이냐"고 반박했다.

당연히 배심원단의 의견은 서로 엇갈렸고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몰카가 아니란 주장과 그렇지 않다는 의견이 맞섰다. 

유죄에 대한 것도 사진 50장을 하나하나 판독하면서 유죄와 무죄가 엇갈려 이날 선고는 이뤄지지 않았다.

사흘 뒤인 지난 4일 재판부는 강씨에 대해 벌금 400만원을 선고하고, 성범죄 예방 프로그램을 16시간 이수하라고 명령했다. 

배심원들의 유무죄는 강씨가 '어디에' 카메라 초점을 맞췄느냐에 따라 갈렸다고 한다. 20장이 '유죄' 판정을 받았는데, 초점이 엉덩이·허벅지·가슴에 맞춰져 있었다. 특정 부위에 초점이 맞춰지지 않았거나 몇m 간격을 두고 찍은 사진 30장은 '무죄' 판정을 받았다.


ⓒ연합뉴스

재판부는 "'예뻐서 무심코 본능적으로 사진을 찍었다' 등의 글을 보면 성적 욕구 충족을 위해 사진을 찍은 것이 맞다고 판단되나 촬영 대상이 외부로 노출된 부위에 한정돼 있기 때문에 성적 수치심 정도가 크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벌금형 선고 이유를 밝혔다.

이에 앞서 몰카에 대한 무죄 판결도 잇달았다. 중국동포 홍모(42)씨는 지난 3월 서울 명동에서 휴대전화로 짧은 치마나 반바지를 입은 여성들 사진 32장을 찍은 혐의(성폭력범죄처벌법 위반)로 기소됐다. 

이 법은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타인의 신체를 멋대로 촬영하거나 이런 사진을 배포하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안호봉 부장판사는 지난달 23일 사진 32장 가운데 지하철에 짧은 하의를 입고 앉아 있는 장면을 찍은 1장만 유죄로 인정해 홍씨에게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다. 나머지 31장은 “다소 떨어진 거리에서 전체 모습을 일반적인 눈높이로 촬영했다”며 죄가 안 된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3단독 박진수 판사도 몸에 달라붙는 바지를 입고 지나가는 여성 2명의 전체 뒷모습을 찍었다가 같은 혐의로 기소된 한모(30)씨에게 지난달 14일 무죄를 선고했다. 다소 떨어진 거리에서 ‘통상적인 시선’으로 찍었기 때문에 수치심을 유발하는 신체 촬영은 아니라는 이유였다.

지하철에서 짧은 원피스를 입고 앉아 있는 여성의 전신사진 2장을 찍어 역시 같은 혐의로 기소된 김모(43)씨도 지난해 11월 국민참여재판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배심원 7명 가운데 5명이 허벅지나 다리를 부각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무죄 의견을 냈고, 재판부(서울중앙지법 형사29부·재판장 천대엽)도 이를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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