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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한다, 나까지 5명 관두게 했네" 직장 내 괴롭힘 호소하며 극단적 선택한 '새신랑' 농협 직원의 유서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던 '새신랑' 농협 직원이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해 안타까움을 안긴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인사이트] 김한솔 기자 =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던 '새신랑' 농협 직원이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해 안타까움을 안긴다.


지난 25일 전북의 한 지역단위 농협 계장이던 故 이 모씨의 가족은 전북경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앞서 이씨는 초·중·고 전라북도 대표 레슬링 선수로 활동했다. 군 복무 시절 유격 훈련을 받다 상처를 입어 국가유공자가 됐다. 또한 직장 생활도 잘해내 전라북도지사 상을 받기도 했다.


그랬던 이씨는 지난 12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결혼한 지 3개월이 된 시점이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이와 관련해 이씨의 가족은 이씨가 지난해 1월 부임한 권 모 센터장으로부터 지속적으로 모욕적인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유족은 "우리 형(이씨)은 혈변을 볼 정도로 항문 질환이 있는 환자였다. 그런 고인의 화장실 가는 시간까지 수시로 체크하며 괴롭혔다"고 울분을 터트렸다.


또한 권씨가 당시 잡곡업무를 담당하던 이씨와 상의 없이 잡곡센터를 장날에만 열도록 처리했고, 이 과정 이씨가 "센터 개점 날을 줄이면 농민 불편 등 민원이 우려된다"고 하자 권씨는 "니 XX 직급이 뭐냐" 등의 막말을 했다고 한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유족은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권씨가 지인을 통해 이씨가 유복하다는 것을 확인한 후 수시로 '부자라서 재수 없다'는 말로 괴롭혔다"고 주장했다.


또 이씨가 결혼식 날짜를 잡자 "권씨와 동료들이 '수매 철에 결혼식을 잡는다'며 망신을 줬다"고 덧붙였다.


이씨의 유언장에선 "축하한다 권 씨. 매일 갈궈서 그만두게 한 직원들까지 이제 내가 5번째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고 CBS노컷뉴스 측은 전했다.


이씨 유족은 "형은 괴롭힘을 당할 때마다 세세하게 컴퓨터에 정황을 기록해뒀는데 이 사실을 알게 된 농협 측이 컴퓨터를 무단으로 폐기하기도 했다"며 "이 사건을 제대로 규명하고 형을 괴롭힌 간부와 이 사건을 방관한 책임자들이 합당한 처벌을 받았으면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사이트사진=인사이트


그러나 지역농협 측은 고용노동부의 매뉴얼대로 이 사건에 대해 조사를 했다는 입장이다.


농협 관계자는 "함께 근무한 직원들을 상대로 조사했고, 이씨의 주장에 동의하지 못한다는 직원들 의견 등을 토대로 직장 내 괴롭힘 신고와 관련해 '혐의없음'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고 뒤 A씨에게 한 달간 명령 휴가를 내리고 이후 A씨 부서를 변경하는 등 B씨와 분리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만일 고용노동부 조사나 경찰 수사 등이 이뤄질 경우 이러한 내용에 대해 성실히 소명하겠다"고 덧붙였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 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 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