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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유학 간 딸 죽인다는 남자 전화 받고 3050만원 송금한 아빠...보이스피싱이었다

캐나다에 딸을 유학 보낸 서울 강남의 한 금융투자회사 50대 임원이 보이스피싱을 당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인사이트] 임기수 기자 = 캐나다에 딸을 유학 보낸 한 50대 남성이 보이스피싱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18일 조선 일보는 서울 서울 강남의 한 금융투자회사 50대 임원이 보이스피싱을 당해 현금 3050만원과 1000만원짜리 골드바를 뺏긴 소식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에 사는 A씨는 난 13일 오후 5시 54분 퇴근 후 차를 몰고 약속 장소로 가던 길에 캐나다 토론토에서 유학 중인 고등학생 딸의 휴대폰 번호로 걸려온 국제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받으니 한 여성이 흐느끼며 "홈스테이 방 안에서 어떤 남자가 총을 들고 위협하고 있다"라고 했다. 뒤이어 한 남성이 그 전화로 "경찰이 온다면 당신 딸을 죽이겠다"고 말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협박범은 "이 전화를 끊지 말고, 당장 1만달러를 만들어 지하철 5호선 몽촌토성 지하철역으로 가라"라고 한 것으로 전해진다.


A씨는 울고 있는 여성이 자신의 딸이라고 믿었다. 그는 협박범의 지시대로 전화를 끊지 않은 채 지하철역으로 달려갔고  현금지급기(ATM)에서 800만원, 550만원을 각각 인출했다. 현장에서 기다리던 운반책 2명이 이 돈을 받아갔다.


협박범은 "롯데백화점 안 한국금거래소에서 1000만원짜리 골드바를 사서 잠실역으로 가라"라고 요구하기까지 했다.


 A씨는 백화점에 들러 골드바를 사서 오후 7시 25분 잠실역에서 운반책에게 전달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그 뒤에도 돈 요구는 계속 이어졌다. A씨는 집에 있던 현금 1000만원과 지인에게 급하게 빌린 현금 700만원도 강남역과 삼성역에서 젊은 남성 운반책에게 줬다. 


협박범은 이 과정에서 지인에게 돈을 빌리기 위해 전화를 걸 때는 1분 정도 전화를 끊게 해줬지만 "통화 내역 화면을 캡처해서 보내라"라고 할 정도로 치밀했다고 A씨는 전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협박범과의 통화는 3시간 43분 만인 오후 9시 37분쯤에야 완전히 끝났다. 


A씨는 "나는 전화를 끊을 때까지도 이게 보이스피싱인 줄 몰랐다. 딸이 캐나다에 있고 심지어 홈스테이 중이라는 사실까지 알고 있어서 정말 큰일이 났다고 여겼다"고 했다.


전화를 끊자마자 A씨는 강남경찰서로 달려갔다. 오후 10시쯤 딸과 직접 통화를 하고 나서야 4시간 동안 겪은 일이 보이스피싱 사기였다는 걸 알게 됐다.


유학 중인 딸의 휴대전화 번호로 전화가 걸려온 데다 딸이 현지에서 홈스테이를 하고 있다는 점까지 알아챈 교묘한 사기에 수십 년 금융권 경력이 있었던 사람도 감쪽같이 속을 수밖에 없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최근 A씨와 비슷한 수법으로 사기를 당한 사례가 더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가족이나 지인의 번호라도 해외에서 전화가 걸려오고 돈을 요구한다면 보이스피싱을 의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발신 번호를 바꾸는 장치도 있어 쉽게 속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가족 간 비밀 구호를 만들어두고 보이스피싱 의심 전화를 받으면 "구호를 말해 봐"라고 본인 확인을 하는 방법도 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피치 못할 사정인 것처럼 연기하며 한번 전화를 끊어보는 것도 방법. 이성적으로 상황을 살필 여유를 찾으면 대처를 더 잘할 수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