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 15℃ 서울
  • 15 15℃ 인천
  • 13 13℃ 춘천
  • 10 10℃ 강릉
  • 15 15℃ 수원
  • 17 17℃ 청주
  • 17 17℃ 대전
  • 13 13℃ 전주
  • 17 17℃ 광주
  • 16 16℃ 대구
  • 15 15℃ 부산
  • 16 16℃ 제주

숫자 15까지 밖에 못세는 '경계선 지능' 알바 고용한 뒤, 회사 매출이 크게 뛴 이유

2년 전 경계선 지능장애를 앓고 있는 알바의 현재 근황을 전한 글이 소개돼 눈길을 끌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2년 전, 한 중소기업에서 일주일 단기 알바를 고용했다. 29살인 알바생이 하는 일은 단순했다. 9칸짜리 박스에 지정된 물건을 지정 위치에 수량만큼 넣고 뚜껑을 닫으면 되는 일이었다. 


그런데 이 직원은 한 칸에 25개의 부품을 넣어야 하는데, 19개를 넣거나 30개를 넣었다. 단순한 실수라고 보기에는 부품 개수의 편차가 너무 컸다. 


알바생을 불러 물어보니 제대로 대답을 못 하고 우물쭈물했다. 


다음날 그가 작업하는 모습을 살펴보니 손가락을 펴서 숫자를 세고 있었다. 그는 15개가 넘어가자 숫자를 제대로 세지 못했다. 그는 '경계선 지능'을 가진 이였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최근 그의 근황이 전해졌다. 


지난 20일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에는 2년 전 경계선 지능장애를 앓고 있는 알바의 사연을 전한 A씨의 글이 게재돼 눈길을 끌었다. 


경계선 지능이란 지적장애인과 비 지적장애인 사이의 경계선으로 분류된 상태를 말한다. 보통은 장애인보다 비장애인 범주로 여겨진다. 


정신연령이 낮고 학습능력, 어휘력, 인지능력, 이해력, 대인관계 등에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사회 생활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사연에 따르면 당시 A씨의 짜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25까지 숫자를 세지 못하는 29살 알바생이라는 사실에 충격을 받기까지 했다. 


알바를 소개해준 아웃소싱 업체에도 따져봤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 


결국 A씨는 실제 크기의 부품 25개가 그려진 A4 용지를 프린트해주고, 그림 위에 부품을 하나씩 올려서 다 채우면 박스에 넣으라고 가르쳤다. 


알바는 "그럼 저 안 잘리는 거예요?"라면서 좋아했다고 한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그리고 2년 뒤, 말썽투성이던 알바는 A씨가 일하는 회사에 정직원으로 채용됐다. A씨는 "아웃소싱 출신으론 (회사) 창립 이래 최초다"라고 설명했다. 


2년 전 문제가 발생한 뒤에도 잔 실수가 잦았던 알바생은 의외의 부분에서 능력을 발휘했다. '숨은그림찾기 고수'였던 것.


공정 중간에 제품의 상태를 확인하는 공정이 있는데 사람 눈으로 확인해야 한다. 알바는 이곳에 투입됐고, '숨은그림찾기' 고수의 실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다른 직원들 눈에 안 보이는 불량을 잡아내더니 배선이 위아래로 꼬인 것까지 찾아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알바의 활약으로 A씨가 일하는 회사의 불량률이 급감하기 시작했다. 알바생은 실적을 인정받아 정직원으로 채용했고, 다른 동료들도 그의 능력을 인정하며 '박써치'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A씨는 "간간히 수량 틀린다는 말 들을 때마다 진짜 귀찮았는데 지금은 너무 고맙다. 저 사람 없었으면 불량률 5% 이상을 뛰었을 거다"라며 "기분이 좋다"고 전했다. 


해당 사연을 본 누리꾼들은 "이런 거 보면 사람은 다 한가지 재능·재주는 갖고 있어", "이런 글 보면 아직 살만하구나 느낀다", "반전 있고 감동적인 경험담 너무 좋다, 연말에 너무 따뜻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