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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환경미화원들이 정부가 무료로 나눠준 '스마트워치'를 받고 분노한 이유

정부가 나눠준 스마트워치를 착용하고 일하는 인도의 환경미화원들이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인사이트인도 정부가 하층민 환경미화원들에게 나눠주고 있는 스마트워치 / daily dot


정부가 나눠준 '스마트워치'에 하소연하는 노동자들


[인사이트] 강유정 기자 = 인도에는 아직도 고대부터 시작된 신분 제도가 남아있다. 바로 카스트 제도다.


얼마 전부터 인도에서는 카스트에도 속하지 않는 최하위 불가촉천민 계급인 '달리트'의 환경미화원들에게 스마트워치를 무료로 나눠주고 있다.


그런데 스마트워치를 받은 노동자들은 오히려 일상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대체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


지난 4일(현지 시간) 온라인 미디어 데일리닷(daily dot)은 인도 달리트 환경미화원들이 스마트워치 때문에 힘든 생활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인사이트찬디가르의 한 환경미화원이 GPS 추적기의 기능을 시연하고 있다. / Undark Magazine


지방 정부, 환경미화원들에게 스마트워치 착용 강요


매체에 따르면 지난 2년간 인도의 북서부 도시 찬디가르에서 환경미화원으로 일하는 카말라 라즈팔(Kamala Rajpal, 50)이라는 여성은 화장실에 가는 것조차 망설인다.


그녀는 "우리는 스마트워치를 차고 있다. 실수로 시계의 버튼을 건드려도 불빛이 깜빡이며 카메라가 켜진다. 화장실에서도 감시당하고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라즈팔은 GPS 추적 장치가 탑재된 스마트워치를 착용하도록 강요받은 도시의 4,000명의 환경미화원 중 한 명이다. 이에 2월부터 그녀는 늘 불안감을 갖고 일해야 했다.


인사이트WaterAid


기술 발전으로 개발도상국 사이에서 급부상하고 있는 인도의 이면


지난 10년 동안 인도는 가장 먼저 행정 활동에 IT 기술을 접목한 국가 중 하나로 개발도상국 사이에서 급부상했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권위주의 우파 정부에 의해 추진된 디지털화로 인도 정부는 세계 최대 생체 데이터 저장소와 안면인식 등 감시 기술을 홍보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중국식 감시 자본주의'로 전락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인도 정부가 기술 진보 사회를 만들어가려 하는 동안, 인권 운동가들과 전문가들은 가장 가난하고 취약한 계층의 사람들에게 이런 감시 기술을 강요할 수 있다고 우려해왔다.


그리고 이는 현실이 됐다. 약 500만 명의 전국의 환경미화원들이 감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인사이트나렌드라 모디 총리 / GettyimagesKorea


인도에 있는 대부분의 환경미화원들은 억압적이고 위계적인 카스트 제도 아래 가장 소외된 달리트 출신이다.


달리트들은 오랫동안 사람들의 배설물을 손수 운반하고 화장실을 청소하는 등의 힘든 일을 강요당해왔다. 비록 불법으로 선언되었으나 그 관행은 계속되고 있다.


지방 정부는 스마트워치를 도입해 이들을 더욱 철저히 감시하기에 이르렀다.


2020년 이후, 인도의 12개 이상 도시에서 일하고 있는 환경미화원들은 감시를 위한 스마트워치를 착용하고 있다.


찬디가르, 인도르, 러크나우, 나그푸르와 같은 이 도시들은 대부분 모디 총리가 속한 극우 정당 바라티야자나타당(BJP)이 관리하는 지방 정부에 의해 통치된다.


인사이트WaterAid


카메라와 마이크가 장착된 추적기인 스마트워치


지방 정부가 나눠준 스마트워치는 노동자들이 출근했는지, 일은 열심히 하고 있는지 당국이 감시할 수 있도록 한다.


당국은 이 기술이 미화원들이 효율성 있게 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사생활 침해와 임금 손실 등을 우려하고 있다.


48세 환경미화원 자이팔 바그리(Jaipal Bagri) 역시 데일리닷과의 인터뷰에서 잦은 오류로 임금을 잃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는 "찬디가르에서 일하고 있었지만 40마일 이상 떨어진 파티할라 또는 델리에 있다고 표시되면서 급여 문제가 생겼다"라고 토로했다.


찬디가르 환경미화원 연합의 전 대표인 차드하(Chadha)는 이 문제에 동의하며 "도시의 4,000명 환경미화원 중 500~600명이 이러한 결함으로 인해 매일 임금의 일부를 잃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환경미화원이 한 달에 버는 약 200달러(한화 약 28만 원)가 이러한 결함으로 삭감돼 최저 85~100달러(한화 약 12만~14만 원)만 받고 있다고 설명하며 일하던 중 배터리가 방전되어도 임금이 깎인다고 덧붙였다.


인사이트Undark Magazine


"화장실도 못 가겠어요"...감시하는 스마트워치 때문에 일상생활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미화원들


36세의 디비야(Divya)는 스마트워치로 인해 편집증이 생겼다고 호소했다.


그녀는 "나를 감시할 수 있는 카메라가 있기 때문에 화장실에 있을 때도 걱정이 되고 청소할 때 팔이 너무 불편해 시계를 발목이나 벨트에 묶어야 한다"라고 호소했다.


이어 "기술적 문제가 생기거나 배터리가 방전되는 것만으로도 안 그래도 적은 임금이 깎일 수 있다는 두려움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라고 말했다.


인사이트스마트워치를 보고 있는 나그푸르의 환경미화원 / Video screengrab


변호사 아누슈카 자인(Anushka Jain)은 "대부분 달라트에 속해 있는 환경미화원에 대한 감시를 제재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라면서 "감시는 주로 상류층에 의해 수행되고 있으며 소외된 카스트들에 대해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비난했다.


일부 환경미화원들은 이러한 문제로 인해 스마트워치의 착용을 거부하고 있다.


하지만 항의하거나 파업을 벌이기도 했으나 대부분 지방 정부의 압력에 굴복했다고 한다.


최근 이 같은 소식이 전 세계에 퍼지면서 인권 운동가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