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문 한국동서발전 사장 / 한국동서발전
김영문 한국동서발전 대표이사 '자기소개서' 논란
[인사이트] 임우섭 기자 = 문재인 정부 시절 임명된 김영문(57세) 한국동서발전 사장이 채용 과정에서 제출한 자기소개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직무수행계획서 안에는 "업무에 대해 아는 것이 없고 전력 산업 분야 경험도 전무하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김 사장은 에너지 산업 문외한임을 스스로 밝혔음에도 에너지 공기업 대표로 임명돼 논란이 일었다.
김영문 사장 / 뉴스1
직무계획서에 "동서발전 업무에 대해 아는 것 거의 없어" 적혀 있어
3일 조선일보는 한국동서발전이 국민의힘 구자근 의원에게 제출한 김 사장의 이력서 및 자기소개서, 직무수행계획서 등을 보도했다. 이중 직무수행계획서에는 A4 용지 6장짜리의 분량이 담겼다.
김 사장의 계획서 안에는 "동서발전의 업무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다는 것이 솔직한 고백이다. 전력 산업 분야에 대한 경험도 전무한 상태"라며 "장님 코끼리 만지기 식의 단편적이고 잘못된 지식에 기반한 엉터리 계획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정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또 회사 운영 방침 및 경영 혁신 계획과 관련해 "전력 산업에 대한 지식도 모자라는 상태에서 구체적 자료 없이 추측과 생각으로 계획을 작성해 제출한다"며 "구체적인 실천 방안 및 추진 일정은 정확한 업무 실태를 파악하고 나서야 가능한 것"이라고 했다.
'동서발전이 현재 처한 상황'이라는 항목에서는 "탈탄소 문제가 심각하고 4차 산업혁명 기술의 발전은 엄청난 기회이자 위기"라는 원론적인 언급만 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 소속 당시 김영문 사장의 모습 / 뉴스1
임원추진위원회, 응모 자격으로 '전력 산업 분야와 관련된 지식과 경험' 내세우기도
당초 직무수행계획서는 공공기관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구체적 업무 계획, 운영 방향까지 담고 있어 사장 임용 과정에서 중요한 서류로 꼽히고 있다.
동서발전 임원추천위원회에서도 사장 후보자 모집 공고에 응모 자격으로 리더십, 조직 관리·경영 능력 등과 함께 '전력 산업 분야와 관련된 지식과 경험'을 내세운 바 있다.
김 사장이 임명될 시기 한국남동·남부·서부·중부발전 사장들이 작성한 지원서를 보면 김 사장과 대조적으로 내부 사정에 대한 면밀한 이해를 바탕으로 구체성을 띠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김 사장은 이와 무관하게 임명된 셈이다.
한국동서발전
국민의힘 구자근 의원 "문재인 정부의 묻지마식 낙하산 인사 수준"
이와 관련해 구 의원은 매체를 통해 "에너지 관련 공기업은 다른 공공 기관보다 높은 수준의 전문성과 업무 능력이 필요한데 문재인 정부의 묻지마식 낙하산 인사의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질책했다.
구 의원 측은 "김 사장 채용 당시 평가위원들의 평가 서류, 면접 심사 등에 대한 제출을 요구했지만 자료 제출을 거부당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관세청장에 임명된 뒤 이낙연 총리에게 임명장을 받는 모습 / 뉴스1
한편 김 사장은 검사 출신으로 노무현 청와대 시절 문재인 민정수석 밑에서 행정관으로 근무했다.
이후 문재인 정부에 들어서 관세청장을 거쳤고 총선에서 낙마한 뒤 지난해 4월 동서발전 사장에 임명됐다. 임기는 2024년 4월까지다.
문재인 전 대통령 / 뉴스1
김 사장이 문재인 전 대통령과 연이 닿을 수 있었던 이유는 같은 고등학교 선후배 관계여서라는 추측이 있다. 김 사장은 문 전 대통령의 경남고등학교 12년 후배다.
김 사장은 사장 임명 당시에도 총선에서 낙선한 지 1년 만에 임명돼 대표적인 낙하산 인사로 꼽히기도 했다.
이때 동서발전 노조는 김 사장 임명을 두고 "친정권 비전문가 낙하산 후보가 사장에 선임되는 것은 에너지 전환 정책의 진정성을 훼손하고 공정해야 할 공기업의 사장 선임 절차를 무력화하는 행위"라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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