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이 제 앵무새를 불태워 학대했습니다"...공개수배 나선 디씨인
한 누리꾼이 자신이 키우던 앵무새가 동네 중학생들에게 학대당했다며 법적으로 처벌할 수 있는지 조언을 구했다.
주인 잘 따르던 회색앵무, 조카 놀러온 뒤 실종
[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키우던 앵무새가 동네 중학생들에게 학대당했다는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 23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여기 법 좀 아는 사람 없나?'라는 제목으로 누리꾼 A씨의 사연이 전해졌다.
A씨에 따르면 그는 '회색 앵무' 두 마리를 키우는 중이다. 회색 앵무는 수명이 80년에 달하고 지능이 높기로 유명한 앵무새다.
처음 본 사물이나 사람을 잘 기억하는 편이며, 다른 앵무새에 비해 길들이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낯을 많이 가려 주인 이외의 사람들에겐 심하게 경계하지만 특유의 높은 지능과 주인을 잘 따르는 성격으로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앵무새 중 하나다.
2016년 10월 부로 사이테스 1급 멸종 위기종으로 지정돼 한국에서 수입이 금지됐지만 이전에 국내에 들어와 있거나 번식이 된 경우에는 분양이 가능하다고 한다.
A씨는 이 귀한 앵무새를 다른 사람으로부터 입양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앵무새를 어떻게 입양했는지는 밝히지 않았으나 전 주인의 실수로 날개를 다쳐 날 수 없다고 설명했다.
A씨의 조카 또한 앵무새들을 좋아했다. A씨는 이런 조카를 위해 도어락 비밀번호를 알려주고, 자신이 출근했을 때 조카가 찾아와서 앵무새를 볼 수 있게 했다.
앵무새가 사라진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조카는 친구들과 함께 앵무새를 본다고 했는데, 퇴근 후 확인해보니 앵무새가 사라져 있었다.
조카의 고백...앵무새 가져간 범인은?
조카는 "앵무새랑 놀만큼 놀고 밖에 나가서 노는데 창문을 열어놓은 걸 깜빡했다. 앵무새들이 날아갔다"고 설명했다.
바로 거짓말이라는 걸 알아차린 A씨는 "솔직하게 말하면 용서해주겠다"면서 조카를 설득해 자초지종을 들을 수 있었다.
조카는 밖에서 앵무새들이랑 놀고 싶어 놀이터에 데려갔다가 중학생 형들에게 빼앗겼다고 고백했다.
A씨는 아파트에 설치된 CCTV 등을 확인하고 3일 동안 추적한 끝에 해당 중학생들을 찾아냈다. 앵무새가 사라진 위치에선 깃털이 다 뽑힌 앵무새가 발견됐다. 불에 탄 흔적도 있었다
그러나 중학생들은 자신들이 저지른 짓이 아니라며 발뺌하는 중이다.
A씨는 "(CCTV)를 등지고 있어서 정확히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다. 괴롭히고 있는 건 확실하다"며 "경찰에 신고했다"고 전했다.
이어 "난 어떻게든 그놈들 처벌 받게 하고 싶다. 처벌할 수 있는 법들이라면 전부 때려버리고 싶다"며 분노를 표했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 또한 "동물단체에 연락해라", "글만 봐도 너무 힘들겠다. 힘내라", "왜 조카에게 비밀번호를 알려줬냐" 등의 반응을 내비쳤다.
동물학대로 처벌...촉법소년일 가능성도 있어
동물보호법 제8조에 따르면 도구·약물 등 물리적·화학적 방법을 사용하여 상해를 입히는 행위 등의 동물학대는 금지된다.
동물을 학대에 죽음에 이르게 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학대해 상해를 입힐 경우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다만 A씨의 사례처럼 혐의를 받는 피의자가 중학생, 만약 촉법 소년이라면 처벌 수위는 더욱 낮아진다.
지난해 미국 미시시피에서는 강아지가 목이 묶인 채 얼굴이 불에 타는 일이 발생했다. 범인은 12세 미만 아이었다.
아이는 자신이 강아지를 불태웠다며 자신의 죄를 인정했지만 미시시피주 법에 따르면 만 12세 미만은 형사처벌을 받을 수 없어 기소가 불가능하다.
당시 미국에서 이 사건이 알려진 뒤 아이에게도 처벌이 필요하다는 청원이 등장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촉법소년의 범죄 사례가 늘자 개정이 시급하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내고 있다.
촉법소년 연령 기준은 70여 년 전인 1958년 소년법이 제정될 때 정해졌다. 현재 법무부는 해당 기준을 낮추는 방안을 '2022년 업무계획'에 포함했다.
이와 관련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촉법소년 연령 기준 현실화 전담팀(TF)를 구성해 속도감 있게 정책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