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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 때 '지하주차장'이 위험한 이유...단 '○분' 만에 물 가득 차서 탈출 어려웠다

제11호 태풍 '힌남노'의 직격을 받은 경북 포항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인명피해가 발생하면서 지하주차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인사이트침수된 포항시 아파트 지하주차장 / 경남소방본부


물이 가득 차오르는 시간, 단 8분이었다


[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제11호 태풍 '힌남노'의 직격을 받은 경북 포항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차량 침수를 막기 위해 주차장으로 내려갔던 주민 9명이 실종됐다. 


2명은 생존했지만 7명은 숨진 채 발견됐다. 


지하주차장 침수 당시 영상이 공개됐다. 영상을 확인해보니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물에 잠기는 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8분이었다. 


인사이트YouTube 'JTBC News'


지난 6일 JTBC는 당시 아파트 지하주차장 출입구 쪽에 주차되어 있던 차량 블랙박스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을 보면 오전 6시 37분쯤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차들이 줄지어 나오고 있다. 지하주차장 내 차량을 이동 조치하라는 관리사무실 안내방송이 나온 뒤 몇 분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이미 비는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쏟아지고 있었고, 지상에 있던 차량들 바퀴가 반쯤 잠길 만큼 물이 차오르고 있었다. 


인사이트YouTube 'JTBC News'


영상 속 검은색 SUV가 지상으로 나온 뒤 잠시 멈춰서자 그 뒤를 따라오던 차량들도 멈추어 섰다. 2분이 지날 동안 지하주차장을 빠져나온 차량은 겨우 5대였다. 


이 사이 지상에서도 물이 차면서 차량들이 뒤엉키기 시작했다. 


오전 6시 43분까지 빠져나온 차량은 12대, 그 후 2분 동안 추가로 2대가 더 나왔다. 그리고 빠져나온 차량은 없었다. 


인사이트YouTube 'JTBC News'


빠져나온 차량은 14대가 전부


오전 6시 37분부터 6시 45분까지 8분 동안 지하주차장에서 빠져나온 차량은 14대가 전부였다. 이 8분 동안 지상에 있던 차량들도 차체까지 물이 차올랐다. 


지하주차장의 경우 출입구로 빗물이 흘러 들어가면서 순식간에 물이 찼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로 인해 주차장 내부 차량들이 뒤엉키고, 문이 열리지 않아 대피가 어려웠을 가능성이 높다. 


아파트 옆을 흐르던 개천은 평소 마른 하천이었다. 주민 가운데 누구도 이 하천이 갑자기 범람해 지하 주차장으로 쏟아져 내릴 걸 예상하지 못했다. 


인사이트지난 6일 실종자 수색 중인 해병대 대원 / 뉴스1


무릎 높이까지 차오르면 대피 불가능


아파트 지하주차장은 길이 150m, 높이 3.5m, 너비 35m 정도로 파악된다. 소방 당국은 이곳에 4만 7000톤가량의 물이 들어찬 것으로 추정했다. 


폭우에 아파트 등에 있는 지하주차장이 위험 공간이 됐다. 이번 포항에 앞서 강남에서도 대형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침수돼 큰 피해를 입었다. 


2014년 국립재난안전연구원에서 지하공간 침수와 관련해 실증 실험을 진행한 결과 물이 바닥에서 35cm 정도로 쏟아지는 상황에서 슬리퍼나 하이힐을 신은 여성은 중심을 잡고 계단을 오르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인사이트실종 14시간 만에 구조된 생존자 / 경북소방본부 제공


무릎 높이인 45.5cm 이상의 침수 상황에서는 남녀 모두 대피가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반지하와 같은 거주시설의 경우 이정도 높이로 물이 차오르면 남녀 모두 출입문을 여는 게 힘든 경우가 많았다. 


지하주차장은 침수가 시작되면 내부에서 유속이 빨라지고, 밖에서 유입된느 물과 주차된 차량 사이로 흐르던 물이 만나 소용돌이와 같은 물살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에 집중호우 상황에서 지하주차장의 침수 예방을 위해 차수막 등의 대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