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월 300건 이상 배달 일을 하다가 업무 시작 3개월 만에 뇌출혈로 사망한 마트 직원이 산재에 의한 사망을 인정받았다.
지난 29일 인천지법 행정 1-3부(고승일 부장판사)는 "마트 직원 A씨의 아내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의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2020년 4월 출근 준비를 하던 중 갑자기 코피를 쏟았다.
평소에도 하루 2번 정도 코피가 나면 스스로 지혈하곤 했으나 그날은 출혈이 멈추지 않아 집 인근의 병원을 찾아갔다. 병원에서는 대학병원에서 추가 진료를 받을 것을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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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엿새 뒤 A씨는 늦은 밤 집 거실에 누워 몸을 떨면서 소리를 질렀다. 횡설수설하는 등 이상행동도 보였다.
바로 119 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동맥류 파열에 의한 뇌출혈 진단을 받았다. 그리고 A씨는 결국 한 달 뒤에 숨졌다.
아내와 결혼한 지 1년 만이었다.
A씨는 동네 마트에서 3개월가량 배송 업무를 맡았다. 일주일에 하루를 쉬면서 매일 점심·저녁으로 식사 시간 2시간을 제외하고 오전 11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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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 주변에는 엘리베이터가 없는 3~4층짜리 빌라나 주택이 많았고, A씨가 직접 물건을 짊어지고 계단을 올라야 했다. 하루에 보통 10~14건을 배송했다. 휴무일을 빼면 한 달에 300건이 넘었다.
A씨의 아내는 2020년 7월 "남편이 업무상 재해로 사망했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청구했으나 거절당했다.
공단 측이 "A씨가 퇴사한 뒤 (일주일가량) 일하지 않으면서 휴식하던 중에 발병했다. 퇴사 직전 업무 부담과 질병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통보했다.
A씨의 아내는 해당 처분이 위법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A씨 아내의 손을 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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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A씨의 사망이 만성적인 업무 부담과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 산업재해"라며 "근로복지공단의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A씨가 출혈로 출근할 수 없었던 날까지 만성적인 업무 부담을 겪은 사실은 원고와 피고 사이에 다툼이 없다"며 "매주 평균 60시간 이상 근무했고, 배송 업무는 육체적 부담이 큰 작업에 해당한다"고 했다.
이어 "마트 측은 A씨가 출혈로 출근할 수 없었던 당일 문자를 보내 해고를 통보했는데 이는 부당해고로 판단된다"며 "A씨가 응급실에 가기 전까지 1주일간 출근하지 않았더라도 부당해고로 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씨는 과중한 업무 부담으로 상당한 피로와 스트레스를 겪었을 것"이라며 "부당 해고로 인해 불안해했을 것으로 보이고 휴식해 증상이 호전됐다는 자료도 찾기 어렵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