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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속 '우영우'가 승소했던 황지사 통행료 사건, 지리산에서 일어난 '실화'였다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지난 10일, 11일 방송했던 '제주도 푸른밤 1·2' 편 속 사찰 문화재 관람료 징수 사건이 실제 사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인사이트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지난 10일, 11일 방송했던 '제주도 푸른밤 1·2' 편 속 사찰 문화재 관람료 징수 사건이 실제 사건인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회차에서는 제주도 한백산에 위치한 사찰 황지사가 도로 통행자들에 문화재 관람료 3000원을 받는 모습이 나온다. 


이에 반발한 통행객들이 부당이득금 반환청구 소송을 내면서 갈등을 겪게 된다. 


황지사 측은 문화재법에 따른 합법 징수라고 주장했지만 우영우 변호사(박은빈 분)는 지방도로가 행정 목적으로 만든 공물이라고 맞서 최종 승소했다. 


인사이트


인사이트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황지사의 실제 모델인 천은사는 전남 구례군 지리산 국립공원 내에 있는 사찰로 지난 2019년 4월 29일 매표소를 철거했다. 


철거된 매표소가 있던 861번 지방도로는 지리산을 남북으로 관통한다. 지리산 3대 주봉 중 하나인 노고단의 구름바다(운해)를 보려면 이곳에서 1인당 문화재 구역입장료 1600원을 내야 했다. 


일부 탐방객과 시민단체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산적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불교계 전체를 매도했다. 천은사가 입장료를 불법적으로 받는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었으나 부정적인 이미지가 씌워지기 시작했다. 


갈등의 원인을 엄밀히 따지면 861번 도로가 불법 점유율이기 때문에 발생했다. 861번 지방도로는 군사정부 시절인 1980년대 초 정부가 사전협의 없이 천은사 사유지에 만든 비포장 군사작전도로였다.


인사이트2019년 4월 천은사 통행료 폐지 업무협약 / 뉴스1


88올림픽이 다가오면서 정부는 관광자원을 개발하겠다며 1987년 군사도로에 아스팔트를 깔았고, 일명 '벽소령관광도로'를 완성했다. 


이 길은 천은사 스님들이 수행하던 방장선원의 바로 뒤를 지나가면서 차량 소음으로 인해 제 기능을 상실했고, 폐쇄해야 했다. 방장선원은 통일신라 이래로 보조국사, 나옹화상 등이 수행한 도량이다. 


861번 도로에 매표소를 설치한 것도 천은사가 아니라 정부였다. 정부는 사유지에 길을 낸 것을 대신에 사찰 소유지와 문화재를 보존하라는 명분으로 문화재 관람료를 국립공원 입장료와 합동 징수했다. 


이후 정부가 국립공원 입장료를 폐지하고 문화재 관람료만 남게 되자 부정적인 이미지가 점차 커졌다. 


인사이트철거되는 천은사 매표소 / 뉴스1


1987년 이후 32년 동안 이어진 갈등은 천은사의 본사인 조계종 제19교구 화엄사의 결단으로 해결될 수 있었다. 


당시 주지였던 덕문스님은 취임 이전부터 천은사 매표소 철거를 주장했고 2017년 화엄사 주지에 취임하자마자 이에 동조하는 효종스님을 천은사 주지에 임명하고 엉킨 실타래를 본격적으로 풀었다. 


2년 동안 관계기관들과 소통을 하면서 해결방안을 찾기 시작했다. 전라남도는 지리산으로 향하는 지방도로가 포함된 땅을 매입했고,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새 탐방로를 조성하고 인근 시설 개선에 나섰다. 


문화재청은 문화재 보수와 관광 자원화를 돕는 한편 천은사의 운영기반조성사업을 인허가하기로 했다. 이같은 내용을 담은 지난 2019년 4월 29일 업무협약이 체결되면서 매표소는 철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