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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기 추락 사고로 철심 박아 팔 제대로 펴지도 못하는데 국가유공자 신청 퇴짜 맞은 군의관

'메디온' 불시착 사고 때 부상당한 당시 군의관 김동근씨(36)가 정부를 상대로 국가유공자 등록을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인사이트뉴스1


[뉴스1] 박응진 기자 = 작년 7월 발생한 육군 의무후송헬기 KUH-1 '메디온' 불시착 사고 때 부상당한 당시 군의관 김동근씨(36)가 정부를 상대로 국가유공자 등록을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보훈당국이 김씨의 부상에 대해 현행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국가유공자법) 규정상 국가유공자(공상군경)가 아니라 보훈보상대상자(재해부상군경) 요건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사고 당시 입은 부상으로 전역한 김씨는 보훈당국의 이 같은 결정에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보훈당국이 국가유공자 인정 요건을 지나치게 좁혀서 해석했다는 게 김씨의 주장이다.


14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사고는 작년 7월12일 오전 10시36분쯤 경기도 포천 소재 육군항공대대 활주로에서 발생했다.


당시 '메디온' 헬기는 응급환자 수송이 필요하단 연락을 받고 활주로에 착륙을 시도하던 중 불시착했다.


이 과정에서 헬기에 타고 있던 당시 군의관 김씨(당시 대위)와 기장·부기장 등 탑승자 5명은 '헬기 폭발 가능성'을 이유로 긴급하게 탈출했다. 이때 헬기는 지상으로부터 약 5m 상공을 비행하고 있었다.


헬기로부터 뛰어내린 김씨는 오른쪽 팔꿈치 관절뼈가 드러날 정도의 골절상 및 근육 파열 등 부상을 입고 철심을 박아 넣는 수술 등을 받았다. 또 그는 이 사고와 관련해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로 정신과 진료까지 받았다.


이후 김씨는 군 당국으로부터 '현역 복무 부적합' 판정을 받아 만기 전역 3개월을 앞두고 결국 의병 전역했다.


그러나 김씨는 꾸준한 재활에도 불구하고 현재도 오른팔을 굽히거나 펴는 게 쉽지 않은 상태다.


현재 응급실 의사로 근무하는 그는 부상 후유증 때문에 환자들에 대한 심폐소생술·기관삽관 등 응급처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헬기 소리를 듣거나 비행기를 탈 때, 심지어 계단을 오르내릴 때도 '사고 당시 상황이 떠오른다'며 심리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인사이트뉴스1


김씨는 이 같은 심신상태를 이유로 국가유공자 등록을 신청했다.


현행 '국가유공자법'은 '군인이나 경찰·소방공무원으로서 국가의 수호·안전보장 또는 국민의 생명·재산 보호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직무수행이나 교육훈련 중 상이(질병을 포함)를 입고 전역하거나 퇴직한 사람'에 대해 그 상이정도에 따라 국가유공자(공상군경)로 예우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대전지방보훈청은 이달 초 김씨에게 국가유공자가 아닌 보훈보상대상자(재해부상군경) 요건에 해당한다고 통지했다.


군의관이 헬기로 환자를 이송하는 업무는 '통상적인 직무수행'에 해당하기 때문에 김씨의 부상은 '국가의 수호, 안전보장 등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직무수행이나 교육훈련 중 입은 상이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게 보훈당국의 설명이다.


보훈청 관계자는 "환자 이송이란 통상직무를 수행하다 상해를 입었단 것만으로 국가유공자가 되긴 힘들다"며 "다만 당시 상황에서 환자를 보호하려다 다쳤다면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을 수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씨는 보훈당국의 이 같은 결정에 불복해 조만간 이의를 신청할 예정이다.


김씨는 "이제까지 내가 수행했던, 그리고 수행 중 사고가 났던 임무들은 '국가의 수호, 안전보장 또는 국민의 생명, 재산 보호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직무수행'이 아니었단 말이냐"며 "당시 출동은 넓은 의미에서 '국가의 수호, 안전보장'을 위한 것이었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국민권익위원회 소속 중앙행정심판위는 지난 2014년 2월 부대 내 환자를 수송하거나 외래진료차 병원에 갈 때 동승하는 '선탑임무'를 수행하다 다친 군인이 국가유공자에 해당한다는 행정심판 결정을 내린 적이 있다.


당시 심판위는 선탑임무 수행에도 '군 환자·병력 수송 및 관리' '응급시 또는 사고 발생시 인명구호' 등 측면이 있어 국가유공자법상의 '국가의 수호, 안전보장 또는 국민의 생명, 재산 보호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직무수행이나 교육훈련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런 가운데 육군은 김씨가 다친 '메디온' 추락사고 발생 한 달 만인 작년 8월27일 "당시 조종사가 응급환자 긴급후송에 따른 상황의 시급성과 비행장 주변 제한사항 등으로 야기된 과도한 강하율(단위 시간당 항공기 고도가 낮아지는 비율)을 정상적 상황으로 오인"했던 것으로 파악됐다는 사고 원인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즉, 기체 자체의 결함이나 정비상 실수가 있었던 게 아니라 "조종사의 상황 오인에 따른 인적 요인" 때문에 사고가 발생했단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