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06일(토)

키 185cm·몸무게 113kg인 건장한 남성이 죽을 뻔했다며 공개한 '반지하 탈출기'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뉴스1


[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수도권에 쏟아진 집중호우로 반지하에서 피해를 입은 시민들이 속출한 가운데 한 남성이 자신의 탈출기를 전했다. 


지난 10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침수지역 반지하 거주하던 사람입니다'라는 제목으로 남성 A씨의 사연이 전해졌다. 


A씨는 "살면서 이런 경험 처음 해보고 진짜 머리가 콱 하고 막혔다"고 했다. 


사연에 따르면 폭우가 내렸을 당시 그의 집에도 물이 차올랐다. 순식간에 무릎 아래까지 차올랐고, A씨는 방범창 사이로 키우던 강아지부터 먼저 내보낸 뒤 탈출을 시도했다. 


인사이트A씨가 공개한 사진 / 온라인 커뮤니티


처음에는 현관문을 열려고 시도했으나 열리지 않았다. 


A씨는 "문틈 중간까지 수압이 높은 느낌으로 실시간으로 물이 들어오고 차오르는 게 보여서 사고가 정지했다"고 전했다.


이어 "키 185cm에 몸무게 113kg인 내가 안간힘으로 밀어붙이는데도 꿈쩍도 안 해서 정신줄을 두 번 놓게 됐다"고 회상했다. 


당시 A씨는 '여기서 죽어야 하는 건가?', '빠루(노루발못뽑이)라도 있으면 딸 수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그라인더(연삭기)를 이용해 방범창을 해체하려고 했으나 배터리가 얼마 없었다. 탈출 방법을 찾지 못하고 '유서라도 써야 하나' 생각했던 순간 터보 토치가 생각났다. 


A씨는 터보 토치를 이용해 방범창에 불을 쏜 뒤 펜치로 잡아 휘어가지ㅏ고 겨우 탈출했다고 전했다. 당시 물은 그의 가슴 높이까지 차오른 상황이었다. 


A씨는 "망가진 방범창 사이로 방 안을 들여다봤는데 아무것도 안 보였다"며 "누전 차단기는 진작에 작동해서 전기 안 올라와 다행이었다. 이런 생각을 하는데 갑자기 눈물이 엄청 났다"고 털어놨다. 


A씨는 이웃집 아저씨에게 도움을 청했고, 이웃집 아저씨는 돈을 건네면서 "옷 줄 테니까 손에 든 가스 토치 버리고 손도 그만 떨어라. 들어와서 씻고 옷 갈아입고 날씨 잠잠해지면 가라"고 토닥였다고 한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뉴스1


이어 부모님이 찾아와 함께 집에 갔다고 전했다. 


A씨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반지하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언제 어떻게 침수될지 모르니 배터리형 그라인더와 가스 토치, 펜치 등을 집에 두고 살라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글을 본 누리꾼들은 "너무 무섭다", "건장한 남자도 물 차면 탈출 힘들구나", "현실감이 느껴져서 더 공포스럽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편 서울시는 지하·반지하의 주거 목적 용도를 전면 불허할 수 있도록 정부와 협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