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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부사관이 후임 여성에 술 먹이고 유사강간·성추행했는데 3년 넘게 쉬쉬한 軍

여성 후임 부사관에 유사강간을 범한 한 해병대 부사관이 3년 넘도록 수사가 방치되고 있어 충격을 줬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인사이트] 임우섭 기자 = 권력을 이용해 여성 후임 부사관을 술자리에 부르고 만취 시켜 유사강간을 범한 해병대 부사관에 대해 3년 넘게 쉬쉬하다 뒤늦게 수사를 개시한 군이 공분을 사고 있다.


가해 부사관은 결국 법원으로부터 그에 응당한 처벌과 피해자에 대한 합의금을 지급했지만 약 4년 만에 처벌이 이뤄진 점에서 군은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앞서 해당 사건은 지난 2017년 12월1일 새벽 일어났다.


이날 해병대 부사관 A씨(당시 22세)는 전입 온 지 이제 막 두 달 정도밖에 안 된 후임 여성 부사관을 식당에 초대했다. 알고 보니 A씨는 후임 부사관에게 관심을 갖고 있었고 보자마자 술을 먹이기 시작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후임은 얼마 지나지 않아 스스로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만취했다. 그 모습에 A씨는 식당 인근에 위치한 모텔로 후임을 끌고 갔다.


A씨는 숙소 안에서 항거불능 상태인 점을 노려 후임을 유사 강간했다. 또 날이 밝자 귀가하려는 후임을 붙잡아 입을 맞추고는 강제추행하기까지 했다.


후임은 해당 사실을 상부에 즉각 보고했지만 상부는 이렇다 할 조치를 취하지 않고 오히려 후임의 상황을 방치하는 미온적인 태도만 일관했다.


시간이 지나도 적극적인 수사가 이뤄지지 않고 충분한 보호 조치를 못 받고 있다고 느껴지자 후임은 어쩔 수 없이 병영 내 편견 등을 우려해 결국 추가적인 문제 제기를 주저하며 홀로 고통을 감내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그로부터 긴 시간 군 업무를 보던 후임은 2021년 6월 갑작스레 군으로부터 수사가 개시됐다는 통보를 받게 됐다. 이는 사건 발생일로부터 무려 3년 7개월이 지난 시점이다. 공교롭게도 이 때는 공군 성폭력 피해자 故 이예람 중사 사망사건이 한창 불거진 때이기도 하다.


본격적으로 수사가 진행되면서 A씨는 2월 3일 '군인 등 준유사강간'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수사기관에 들어선 A씨는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하지만 법정에 서게 되면서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검찰은 "피해자의 정신적 충격이 큰 것으로 보인다"며 A씨에게 징역 4년을 구형했으나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진재경 부장판사)는 5월 26일 A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재판부는 "군대의 경우 서로의 생명을 믿고 맡길 정도의 신뢰가 필요함에도 어떤 지령 아래 일사분란하게 움직여야 하는 특성상 피해를 문제 삼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그런 점에서 군 성범죄는 엄히 다룰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특히 피고인은 선임 부사관으로서 다른 부사관들에게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위치에 있었다.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피고인의 범행 수법과 경위 등을 비춰볼 때 피고인의 죄책은 매우 무겁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피고인이 뒤늦게나마 법정에 이르러 잘못을 인정하는 점, 피해자에게 상당한 금액을 지급하고 합의한 점, 피고인이 전역해 더 이상 피해자에게 불합리한 대우를 할 위험이 사라진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끝으로 A씨에게 "피해자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향후 어떤 일이 있더라도 피해자에게 접근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날 A씨는 고개를 숙인 채 말없이 재판장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