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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려는 드릴게요" 누명으로 사형 집행당하는 사람 없도록 '혼수상태'로 처벌하자는 영국 철학자

영국의 유명 철학자 크리스토퍼 벨쇼 박사가 사형제도의 대안을 제안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인사이트] 강유정 기자 = 전 세계적으로 사형 제도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영국의 한 철학자가 뜻밖의 대안을 제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25일(현지 시간) 온라인 미디어 카라파이아(Karapaia)는 영국 요크대 철학자 크리스토퍼 벳쇼(Christopher Belshaw, 70) 박사가 지난해 4월 학술지 'Journal of Controversial Ideas'에 발표한 논문을 소개했다.


해당 논문에서 벨쇼 박사는 사형의 대체안 중 하나로서 범죄자를 혼수상태에 빠뜨려 자유롭게 활동할 수 없게 하는 것을 제안했다.


인사이트크리스토퍼 벨쇼 박사 / University of Malta


그는 "자유로운 민주주의 사회에 태어나 인권을 중시하는 사람들은 사형이나 체벌 등에 혐오감을 갖는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벌을 주는 방법으로서 벌금, 사회봉사활동, 금고형만이 인도적으로 허용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라면서 "하지만 이런 한정된 선택지를 벗어나 이제 근본적으로 형벌의 대안을 재검토해야 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미국·중국·싱가포르 등 여러 나라에서 사형을 집행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를 포함한 많은 국가가 사형제도가 있음에도 오랫동안 집행하지 않아 실질적 사형 폐지 국가로 분류되고 있다.


이에 곳곳에서 사형에 준하는 강도 높은 처벌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벨쇼 박사는 일부 감옥은 지옥과도 같지만, 또 다른 감옥들은 실제로 범죄자에게 벌을 부과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좋은 시설을 갖췄다며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또한 누명을 쓰는 등 잘못된 실형 판결이 내려지면 터무니없는 비극이 일어날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감옥에 수감되면 간수나 다른 죄수에 의해 예기치 못한 학대를 받아 돌이킬 수 없는 정신적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그는 수십 년에 걸친 장기 형기를 받은 이들에 대한 의문도 제기했다.


벨쇼 박사는 "5년, 10년, 20년 전과 자신이 얼마나 바뀌었는지 되돌아보아라. 그 당시의 자신과 지금의 자신이 같은가"라면서 "40년 전 유죄 판결을 받은 고령자를 벌할 때 정말 당시와 같은 인간을 처벌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이에 벨쇼 박사는 범죄자를 의식을 되돌릴 수 있는 선에서 혼수상태에 빠지게 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그는 "사형제도의 가장 큰 문제는 집행되어 버리면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이라면서 "만약 사형집행으로 죄 없는 사람을 죽게 하는 것은 중대한 잘못이 될 수 있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하지만 범죄자가 언제든지 의식을 회복할 수 있다면 이런 문제가 해결된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벨쇼 박사는 "무고한 인간이 10년, 15년 혼수상태로 시간을 잃는 것은 매우 부당한 일이지만 적어도 원칙적으로는 보상의 길이 열리게 된다"라면서 "범죄자를 혼수상태로 만드는 것은 그 인물의 정체성을 '동결'하는 것이다. 나중에 그가 깨어났을 때도 혼수상태가 되었을 때와 정신상태가 같으니 장기 복역으로 바뀌어 버린 인간을 벌하는 문제를 회피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하지만 벨쇼 박사는 형벌의 형태를 표준화할 수 있다는 것을 혼수상태 형벌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그는 '인생 중 10년의 세월 자유를 빼앗긴다'와 같이 벌의 정도를 햇수로 명확하게 측정할 수 있으며 감옥 환경에 따른 고통 정도도 영향을 받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벨쇼 박사는 "사형이나 체벌 등 신체에 직접적으로 가하는 처벌에 많은 사람들이 혐오감을 나타낸다. 형벌로서 범죄자를 의도적으로 혼수상태로 만드는 아이디어 또한 혐오 될 것"이라고 추측하며 "하지만 처벌은 디즈니 크루즈나 해외 휴양지가 아니다. 죄인을 아프게 처벌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과학기술이나 사회의 가치관이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형벌에 대해 재검토해보는 시기일지 모른다"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