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인사이트] 성동권 기자 = 잘못 송금된 비트코인 약 14억원 상당을 자신의 계정으로 이체한 후 약 3억원을 사용한 30대가 파기환송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고법 형사3부(부장 김성수)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예비적 공소사실 배임) 혐의로 기소된 30대 남성 A씨의 파기환송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2018년 6월 알 수 없는 경위로 그리스인 B씨의 가상지갑에 들어있던 199.999비트코인(약 14억 8천만원)이 이체된 것을 확인했다.
이튿날 A씨는 본인의 다른 계정 2곳으로 199.994비트코인을 이체했다가 재판에 넘겨졌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A씨는 이체한 비트코인 중 약 3억원을 원화로 환전해 채무 변제와 유흥비 등으로 사용 후 158.225비트코인을 반환했다.
1·2심은 모두 배임죄를 적용해 A씨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에 따라 잘못 송금된 비트코인(재산상 이득)을 보호해야 할 지위에 있으면서도 이를 위반하고 불법적으로 이득을 취했다고 봤다.
하지만 대법원은 '배임죄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라며 사건을 원심법원으로 돌려보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대법원은 "가상자산을 잘못 이체받은 자는 부당이득반환 의무를 부담하게 될 수 있지만, 이는 당사자 사이 민사상 채무에 지나지 않는다"라며 "피고인이 가상자산을 보존하거나 관리하는 지위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판단했다.
이어 "대법원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하려면 당사자 간 신임관계에 기초해 타인의 재산을 보호하거나 관리하는 데 있어야 한다고 함으로서 배임죄 성립 범위를 제한하고 있다"라며 "이 사건과 같이 가상 자산을 이체받은 경우 피해자와 피고인 사이에 신임관계를 인정하기 쉽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가상자산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관련 법률에 따라 법정화폐에 준하는 규제가 이뤄지지 않는 등 법정화폐와 동일하게 취급되지 않고, 그 거래에 위험이 수반되므로 형법을 적용하면서 가상자산을 법정화폐와 동일하게 보호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