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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와 심판까지 죽어.." 전세계 복싱 역사상 최악의 경기로 기록된 '한국인 복서' 사망 경기

복싱 사상 최악의 경기라고 불리는 김득구의 마지막 경기가 재조명됐다.

인사이트김득구 / GettyimagesKorea


[인사이트] 임우섭 기자 = 최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복싱 경기에서 한 남성이 의식을 잃고 허공을 향해 주먹을 휘두르다 병원에 이송돼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무의식 상태임에도 투지 하나만을 가지고 무대 위에 서있었지만 끝내 사망해 충격을 주고 있다.


누리꾼들은 해당 경기를 두고 과거 세계복싱협회(WBA) 라이트급 챔피언 결정전에서 사망한 '야생마' 김득구를 떠올리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1955년생인 김득구는 당시 27세로 무명임에도 WBA 챔피언에 도전한 대한민국 권투 선수다. 


인사이트(왼) 김득구, (오) 레이 맨시니 / GettyimagesKorea


1982년 11월 13일 김득구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시저스 팰리스 호텔에서 라이트급 챔피언 레이 맨시니와의 경기를 벌였다.


그는 경기 9라운드에서 3명의 심판 중 2명이 동점, 1명이 맨시니에게 1점 우세를 줄 정도로 엄청난 실력을 보여줬다. 


현지 언론도 도전자 다운 훌륭한 경기였다며 "미국프로복싱 사상 화려한 경기"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10라운드부터 김득구는 사소한 행동으로 반칙이 선언되는 등 실점을 피하지 못했고, 14라운드 맨시니로부터 오른손 훅이 턱에 적중하며 복싱 사상 최악이라 불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인사이트쓰러진 김득구 / GettyimagesKorea


당시경 김득구는 안간힘을 다해 로프를 잡고 일어났지만 중심을 잃고 휘청거렸고 결국 KO패가 선언됐다. 김득구는 경기 종료를 알리는 징이 울리자 쓰러졌고 병원으로 옮겨져 4일간 사투를 벌인 뒤 사망하고 만다.


먼저 김득구가 사망한 뒤 그의 모친이 자신의 가난함을 자책했다. 그는 "자신이 가난해 아들이 복싱을 해서 죽었다"며 비통함을 호소했고 3개월 뒤 극단적 선택을 했다.


모친이 사망한 지 약 4개월 뒤에는 경기 심판을 맡았던 리처드 그린이 김득구가 한계에 도달한 상태였음에도 경기를 속행해 사망하게 했다는 죄책감으로 극단적 선택을 감행하고 만다.


상대 선수 레이 맨시니 역시 경기 이후 극단적 선택 시도를 여러번 할 정도로 우울증을 호소했다. 경기 이후 그는 10년 뒤 공식적으로 은퇴를 발표했고 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인사이트레이 맨시니 / GettyimagesKorea


김득구에 이어 그의 모친과 경기를 담당했던 심판까지 세상을 떠나면서 이 경기는 복싱 역사상 최악의 경기로 남게 됐다. 


김득구의 사망은 복싱 역사의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WBC는 김득구의 사망 사건을 계기로 경기 횟수를 15라운드에서 12라운드로 줄였다. 


심판 판정과 상관없이 주치의 판단으로 경기를 종료시킬 수 있는 '닥터스톱' 제도, 스탠딩 다운 제도를 도입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