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06일(토)

주 4일 거래처 술 접대하다 사망한'170cm·43kg' 직원에 법원 "업무상 재해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tvN '미생'


[인사이트] 최재원 기자 = 카드 관련 회사 연구소 소장으로 일하던 50대 남성 A씨는 최근 일주일 새 4차례에 걸쳐 거래처와 술 접대 자리를 가졌다.


A씨는 숨을 거두었던 전날까지도 거래처 회사 직원들과 술자리를 갖고 밤 12시 30분쯤 집에 들어왔다. 이후 잠에 든 A씨는 약 3시간여 뒤 '허혈성 심장질환'으로 숨졌다. 당시 그는 170㎝가 넘는 키에 체중은 고작 43㎏에 불과했다.


이는 지난 2018년 2월에 발생한 사건으로 당시 A씨의 유족 측은 A씨의 사망과 관련해 업무상 재해를 주장하며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청구했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A씨 사망과 업무와의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지급을 거부했고 유족은 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해당 사건과 관련해 2일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재판장 이정희)는 A씨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영화 '내부자들'


2일 경향신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A씨 사망의 중요한 원인으로 업무에서 비롯된 부담과 스트레스 등을 꼽으며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A씨가 사망 직전 과음 상태였는데다 숨지기 이틀 전부터 연달아 술 접대 자리를 가진 점 등도 고려됐다.


A씨가 술 접대 비용을 법인카드로 결제한 점을 비추어 접대 자리가 필수 업무적 성격을 띤다고 볼 수 있다고도 판단했다.


따라서 재판부는 "A씨는 연구소장의 업무를 충실히 하기 위해 정규 근로시간 업무 외에도 평일 퇴근 후 시장 상황 파악과 고객 관리를 위해 카드사 임직원들과 자주 술자리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며 "A씨는 '을'의 지위에서 '갑'에 해당하는 카드사 임직원들에게 술 접대를 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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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재판부는 유족 측이 주장했던 A씨의 가중된 평소 업무 상태도 인정했다.


A씨가 숨지기 직전 한 주 동안 평균 업무시간은 54시간 50분으로, 종전 11주간 평균 업무시간인 47시간 55분보다 큰 차이가 난 건 아니었지만 A씨가 맡은 업무의 강도와 스트레스 정도가 종합적으로 고려됐다.


재판부는 "사망 한 달 전을 기점으로 A씨가 연구소에서 해오던 연구와 무관한 영업부 업무가 이관돼 매일 업무 파악을 해야 했고 사망 직전엔 회사 창립 이후 처음 개최하는 그룹사 전체 회의 준비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며 "그런 가운데 숨지기 전 업무 시간도 급증했던 점 등을 고려하면 A씨는 당시 업무 부담이 양적·질적으로 가중됐던 상태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