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푸집 붕괴와 화재, 자재 추락 사고에 작업자 사망과 시민 부상 등이 끊이지 않았던 서울 잠실 제2롯데월드 공사 현장이 ‘안전 불감’ 지대였던 것이다.
한국초고층도시건축학회·대한산업안전협회·한국건설관리협회·한국화재소방학회는 서울시에서 위탁받아 공동 시행한 제2롯데월드 월드타워동(초고층동) 1차 종합안전점검 결과를 23일 발표했다.
지난 3월부터 두달 남짓 진행된 안전점검 결과 △건설·산업 안전 △초고층 특수장비 안전 △소방 안전 관련 264개 점검 항목 가운데 무려 187개 항목에서 안전 조처가 제대로 취해지지 않은 채 공사가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그야말로 초고층 빌딩을 지으면서도 안전상 조처를 취하지 않아 사고를 자초했던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추락 방지망 및 낙하물방지망 등 초고층 공사현장의 안전성과 관련된 항목이 115개, 타워크레인 통로용 발판 안전설치 강화 등 특수장비분야 항목이 25개였다. 또 소화기, 산소통, 화재감지설비 및 경보 설치 등 소방안전 미흡점이 47개였다.
화재나 폭발 위험이 높은 화학물질 등이 아무런 보관·잠금장치 없이 공사 현장에 노출돼 있기도 했다.
초고층 특수장비 안전의 경우 70개 항목 가운데 25개 항목이 문제로 지적됐다. 유압 시스템을 이용해 거푸집을 고층으로 올리는 ‘자동상승거푸집’(ACS) 지지대의 접속볼트가 풀려 절반 가까이 튀어나와 있는 경우도 있었다.
타워크레인은 추락 위험이 큰데도 작업자 통로용 발판이 허술하게 설치돼 있었다. 소방안전 분야에서는 가연물 관리, 작업자 피난 등 67개 점검 항목 가운데 47개가 미흡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에 따라 에비뉴엘동 등 제2롯데월드 저층부 조기개장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다.
이들은 "초고층 안전점검 결과는 저층부 임시사용 승인과 별개의 사안"이라며 "초고층공사가 저층부 안전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점검은 서울시와 협의해 별도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롯데 측이 원하는 저층부(판매동) 임시사용과 관련된 안전점검 결과는 이르면 다음달 초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날 발표자로 안선 강부성 한국초고층건축학회 부회장은 "(서울시가 저층부 사용승인 관련 영향 평가를) 6월 정기점거때 해달라고 요청했고 점검을 진행 중"이라며 "롯데측에 관련 자료를 요청한 상태로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하다. 개인적으로 볼 때 2~3주는 더 있어야 하지 않나 싶다. 롯데의 대응에 따라 앞당겨질 수도 늦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컨소시엄은 초고층부에서 자재 등이 떨어졌을 경우 저층부에 줄 영향 등을 집중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초고층부와 저층부 지하층을 별도로 분리함에 따라 화재 위험은 상대적으로 적다고 봤다.
한편 제2롯데월드 타워동은 지난해부터 공사현장에서 화재, 추락 등 각종 사고가 끊이지 않아 안전성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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