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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에 예비신부 두고 온 대구 청년...약혼녀는 "전쟁 도울 것"

대구 YMCA에서 간사로 일하고 있는 이건희씨(36)와 우크라이나 국적인 아나스타샤씨(27·여)는 오는 5월 결혼을 앞두고 있는 예비부부다.

인사이트지난 28일 오후 대구 중구 상서동 대구YMCA 청소년회관에서 3·1만세운동 대구전야행사로 열린 '동아시아 평화포럼'에서 참석자들이 우크라이나 전쟁 중단 촉구를 위한 긴급 성명서를 발표하며 '우크라이나 평화 기원'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앞쪽에 있는 피켓 Слава Україні(발음: 슬라바 우크라이니)는 우크라이나에게 영광을, Зупиніть війну(발음: 자뿌니찌 비이누)는 전쟁을 멈춰라의 의미를 담고 있다. / 뉴스1


[뉴스1] 이성덕 기자 = 대구 YMCA에서 간사로 일하고 있는 이건희씨(36)와 우크라이나 국적인 아나스타샤씨(27·여)는 오는 5월 결혼을 앞두고 있는 예비부부다.


러시아에서 어학연수를 하다 아나스타샤씨를 알게 된 이씨는 1년쯤 연애 끝에 그와 결혼을 약속했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두 사람의 결혼이 언제 이뤄질지 알 수 없게 됐다.


이씨는 "결혼 준비를 위해 지난달 초 우크라이나를 방문했을 땐 외신 보도와 다르게 현장 분위기가 평화로웠다"고 전했다.


그는 '큰일이야 있겠나'고 싶어 귀국길에 올랐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우크라이나에 여행경보 4단계인 '금지 및 철수' 공고가 내려졌고 지난달 24일 전쟁이 터지고 말았다.


전쟁 소식을 접하자마자 이씨는 카카오톡 메시지로 아나스탸샤에게 '괜찮으냐'고 안부를 물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씨는 "제발 살아만 있어 달라고 기도를 하며 휴대전화만 붙잡고 있었다"고 했다.


그러다 가까스로 아나스타샤씨와 연락이 닿았고, "제발 살아만 있어 달라"고 하자, 그녀는 "꼭 그렇게 하겠다, 걱정 말라"며 불안해 하는 이씨의 마음을 달래줬다.


인사이트지난 24일 러시아의 침공이 시작되자 우크라이나인들은 차를 몰아 외각으로 빠져나가려고 하고 있고, 은행 앞에 돈을 인출하기 위해 줄 서 있다. / 뉴스1


이씨의 말을 들어보면 아나스타샤씨는 현재 우크라이나 서부에 위치한 리비우에서 가족과 함께 전쟁에 대비하고 있다.


그녀는 "러시아인들이 우크라이나인들이 사는 아파트에 몰래 들어와 옥상에 어떤 표시 등을 해놓는다"면서 "이 표시가 있으면 러시아 군인들에게 표적이 되고 이후 미사일 등이 날아오기 때문에 자주 인근 아파트 옥상에 올라가 표식이 있는지 확인하고 지낸다"고 전했다.


이어 "내가 살고 있는 리비우는 폴란드 국경과 가깝고 전쟁 지역의 후방 쪽에 위치해 있다"며 "전쟁이 일어났을 첫날과 이튿날 폭격 등이 있었는데 지금은 공습경보 사이렌만 울리고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것 같다"고 한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를 지키기 위해 군대를 도울 것이다. 전쟁이 끝난 뒤 그에게 돌아가 손을 꼭 잡아주고 싶다"고 전했다.


인사이트올해 5월 결혼을 앞둔 우크라이나 국적인 아나스타샤씨(27·여)와 대구 YMCA에 간사로 근무하고 있는 이건희씨(36)의 모습. /  뉴스1


이씨는 "군대를 돕겠다고 했을 때 그냥 지하실이나 방공호에 숨고 밖으로 나가지 말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사랑하는 사람의 생각을 존중해 주고 싶다"고 말했다.


아나스타샤씨에 따르면 현재 그녀가 거주하고 있는 리비우 내 대형마트에는 통조림, 쌀, 빵 등을 포함해 대부분의 음식이 품절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