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운동에는 100년을 앞서간 선구적인 정신이 담겨 있다. 3·1운동에는 마오쩌둥이나 레닌 같은 영웅이 없다. 모든 참여자가 영웅인 운동이라는 측면에 새롭게 주목해야 한다"
지난 28일 원로 역사학자 이정은 3·1운동기념사업회 회장은 도산 안창호기념관에서 "3·1운동은 21세기에 맞는 정신을 담고 있다"며 "이를 재조명해 현대적인 의의를 이끌어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모든 구성원이 창조성을 발휘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고 이에 함께 참여하고 연대하는 정신이 담겨 있다"며 "이를 힘써 발휘하면 우리나라가 21세기를 이끌어 나아가는데 큰 동력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독립운동에 담긴 문명주의 측면도 부각해야 한다며 "비폭력 운동인 3·1운동은 일제와 대비했을 때 문명과 야만으로 치환돼 일제의 부당함을 강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이런 측면에서 어린 나이에 3·1운동을 이끈 유관순 열사에 대해서도 다시금 사회가 주목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유관순 열사는 고귀하고 숭고한 독립정신과 더불어 자유와 인권, 평화 등 문명적 가치를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3·1운동 당시 17세로 이화학당에 다니고 있던 유관순 열사는 일제가 식민지 교육으로 길러낸 첫 세대"라면서 "일제의 식민지 체제가 독립정신을 꺾지 못했다는 것을 상징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불거졌던 유관순 열사를 친일파가 미화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전혀 근거가 없다"며 "해당 주장을 제기한 교수가 근거한 논문의 사실 관계가 맞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당시 유관순 열사가 독립운동을 했음을 증명하는 판결문 형사기록부 등과 함께 투옥된 인사와 이화학당 교사 등 주변 인물의 증언 등이 증거로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유관순 이야기가 많이 실린 옛날 교과서 방식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무엇을 가리킬 것인가를 잘 설계한 다음에 그것을 생각하고 이해시킬 수 있는 이야기가 들어가는 형태가 돼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유관순 열사에 대해 잘 모르는 것은 역사 교과서가 연대기식으로 이름 석자와 단편적인 사실들만 나열돼 있기 때문"이라면서 "역사 교과서는 이야기처럼 서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