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via 원광대드루와 페이스북 페이지
원광대 체육교육과에 입학한 늦깍이 신입생이 용기내 자교 커뮤니티에 올린 글이 공감을 사며 큰 박수를 받고 있다.
24일 원광대학교의 페이스북 커뮤니티 원광대드루와에는 군대에 다녀온 후 늦은 나이에 신입생이 된 15학번 학생 A씨가 쓴 장문의 글이 올라왔다.
A씨는 "얼마 전까지 과대표로 활동하다가 그만 둔 상태다"라며 "그동안 다른 지역에서 생활해 왔고 소위 원광대 체교과의 전통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며 말문을 뗐다.
모든 것이 생소하던 1학년 1학기 때, A씨는 학교생활을 잘 해보자는 마음에 용기 내 과대표에 자원했다. 그리고 자기보다 어린 14학번 선배로부터 '지켜야 할 일'의 목록을 전달받았다.
단추 잠그기, 반바지 입지 않기, 자전거 타지 않기 등의 다소 이해가 가지 않는 규율이 포함돼 있었고 '실세 학년'이라 불리는 3학년이 될 때까지 시차를 두고 완화되는 식이었다.
이해가 가지 않고 때론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말도 많이 들었지만 1학기 내내 학교 생활을 잘 해보겠다는 일념으로 참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2학기에 문제가 발생했다.
여느 때처럼 개강 후 A씨와 15학번 학생들은 운동장에서 선배들의 지도 하에 구보를 하거나 기합을 받았다. 그런데 이 장면을 지켜본 누군가가 경찰에 신고를 한 것이다.
다음 날 A씨와 동기 B씨는 과사무실로 몰래 불려가 진술서를 쓰게 됐다. 처음에느 평소 선배들이 말해놓은 대로 '방과후 활동을 했다'고 했으나 결국 '기합을 받았다'고 솔직히 작성했다.
이후 A씨는 진술서 작성자를 찾는 선배들에게 자신이 쓴 사실을 자백했고 여러 과정 속에서 A씨와 몇몇 동기들은 선배들이 지도하는 '과생활'에서 빠져나오게 됐다.
이들은 "장학금에 제한이 있다", "과잠바를 입거나 과생활 하는 애들과 어울리지 마라"는 등의 압박을 받았지만 돌아가지 않았다.
이렇게 악연은 끝나는 듯 싶었지만 최근 자교 커뮤니티에 체육교육과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가 올라왔고, 이런 글을 작성한 게 'A씨가 아니냐'는 오해를 사면서 대학생활에 다시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A씨는 체육교육과의 불합리한 문화를 공론화시키겠다는 마음을 먹고 자신을 비롯한 주요 몇 사람의 실명을 공개하며 정면으로 맞서겠다고 설명했다.
A씨는 "이런 문제에 대해 글을 쓴 사람이 누구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라며 "잘못된 사실이 있으면 그걸 고치는 게 더 중요한 것"이라 성토했다.
또 "결국 체육교육과는 체육교사가 되기 위해서 오는 것"이라며 "과도한 군기 문화가 교사가 되는데 필요한 것인지 자문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글은 올라온지 몇시간 되지 않아 '좋아요' 2900건을 넘으며 "글쓴이처럼 용기있는 이들로 인해 사회가 더 나아지는 것"이라며 "잘못된 문화는 개선해야 한다"는 등의 댓글이 달리며 응원을 받고 있다.
정은혜 기자 eunhye@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