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7일(수)

“철심은 너무해”.. 노숙자 배려한 런던 시민들의 ‘선행’ 화제


런던 테스코 매장 앞에 설치된 철심이 제거되고 있다. ⓒtwitter 캡처 화면(@Ian_Fraser )

노숙자(homeless)를 바라보는 시선은 늘 차갑다. 각국 정부는 노숙자들의 모습이 도시 이미지를 망친다는 이유로 그들을 쫓아내려고만 한다.

정부와 노숙자들 간의 쫓고 쫓기는 숨박꼭질은 기이하고 살벌한 풍경을 연출하기도 한다. 영국 런던과 같은 선진국도 노숙자에 대한 '가혹한' 대응으로 여론의 비판을 받고 있다. 

런던에는 최근 도시 곳곳에 공포스럽게 생긴 쇠말둑이 세워지기 시작했다. 쇠말둑이라기보다 쇠 철심으로 고문 도구에 사용하는 '스파이크'와 같은 모습을 보였다. 

알고 보니, 런던시가 노숙자를 거리에서 쫓아내기 위해서 궁여지책으로 만들어 놓은 쇠철심이었던 것이다. 

장기적인 경제침체로 불황이 이어지면서, 상가와 건물 인근에서 찬 이슬을 피하는 노숙자들이 많아지면서 런던시에서 거리 곳곳에 박아놓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여론이 악화되기 시작했다.

영국의 가디언의 보도와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따르면 영국의 유통업체인 테스코는 최근 매장 외부에 박아놓은 철심을 제거하기로 전격 발표했다. 

그 이유는 노숙자들의 인권을 보려하지 않은 가혹하고 비인간적인 조치라는 시민들의 항의 시위가 있었기 때문이다. 여론이 악화되자 테스코는 자신들의 조치가 가혹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철심을 제거한 것이다.

테스코 매장은 물론이고 각종 명품 매장 입구에 흉물스러운 철심이 박힌 뒤 많은 사람들이 SNS 등을 통해 항의 집회를 열고 철회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시민들이 철심을 없애기 위해 콘트리트를 반죽을 바르고 있다. ⓒtwitter 캡처 화면(@Ali94)

테스코 측은  노숙자를 쫓아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건물 앞에서 담배를 피거나 불량한 행동을 하는 이들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해명했지만, 시민들의 항의는 계속됐다.

대신 시민단체와 인권운동가 등으로 구성된 시민들이 철심을 제거하는 운동에 앞장섰고, 콘트리트 반죽을 그 위에 덧칠해 철심을 무용지물로 만들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듯 노숙자 문제는 영국 사회의 심각한 사회 문제 중 하나다. 2012년 기준 런던에서 5,700여 명의 노숙자가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영국 전체로는 5만 명을 넘어선 상태다.

이는 2010년에 비해 25%나 늘어났을 만큼 증가 속도도 가파르다. 결국 정부 보조금 삭감과 노숙자 문제 해결에 필요한 주택 부족도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70만 채가 넘는 영국 내 빈집을 노숙자의 주거 문제 해결 방안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현실 가능성이 낮다고 지적하고 있다.


건물 입구에 박힌 쇠말둑. ⓒtwitter 캡처 화면(@Slate )


한 누리꾼이 트위터에 올린 사진. 누리꾼은 영국에서는 노숙자를 쫓기 위해 철심을 박지만, 캐나다에서는 그들을 위해 쉴 곳을 만들었다고 적었다. ⓒtwitter 캡처 화면(@marleybenne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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