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06일(토)

서울대 02번 버스 기사님이 버스 운전을 하는 이유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사진>

 

"한 사람이라도 자기를 생각해주고 있다고 느끼면 얼마나 따뜻하고 좋아"

 

지난 12일 서울대학교 대나무숲 페이스북에는 '서울대 02번 마을 버스 기사와 관련된 일화'가 올라와 누리꾼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했다. 

 

서울대 학생 A씨는 어느 날 편의점 앞에서 홀로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그 때 한 아저씨가 다가와 "이 시간에 왜 여기서 술 마시고 있어, 힘들어요?"라며 자상하게 말을 건냈다.

 

때는 새벽 시간이었고 아저씨가 수상하게 보이기도 했지만 A씨는 "힘들어요?"라는 말 한 마디에 경계심을 풀었다. 대학생활이 너무나 외롭고 힘들었기 때문이다. 

 

아저씨는 서울대를 오가는 02번 마을 버스 기사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이어 "오래 전 고등학생 딸을 교통사고 잃고난 뒤 술에 젖어 살았었다"고 말했다.

 

여느 때처럼 취한 채로 길거리를 방황하던 아저씨는 자신의 딸과 너무도 닮은 학생이 서울대 점퍼를 입고 친구들과 재잘재잘 이야기하며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정신이 번뜩 들었다. '공부 잘하던 딸이 살아있다면 아마 저 모습과 똑같았을 거다'라는 생각에 아저씨는 서울대 주변을 달리는 02번 마을 버스 기사가 됐다.

 

아저씨는 "우리 딸 닮은 그 학생 탔나 안탔나 하고 확인하다 보니 학생들이 모두 딸 친구, 선후배겠구나 싶어 얼굴을 하나 하나 본다"며 "다 너무 이뻐"라며 말을 이어갔다.

 

아쉽게도 아저씨는 자신의 마음을 다잡게 해준 '딸 닮은 학생'을 다시 만나지 못했다. 그는 "아마 졸업해서 잘 살고 있겠지. 그런데도 아직도 버스 몰아, 매년 3천명씩 아들 딸들이 입학하는데"라며 허허 웃었다. 

 

외로움에 지쳐있던 A씨에게 아저씨는 "어떤 이상한 아저씨가 응원해주고 있다고 생각해보고 그래요, 누구 한 사람이라도 생각해주고 있다고 느끼면 얼마나 가슴이 따뜻해져"라며 격려의 말을 남겼다고 한다. 

 

한편 서울대학교 02번 마을버스 기사 아저씨의 사연은 현재 많은 누리꾼에게 감동을 주며 1만 4천건이 넘는 공유 수를 기록하고 있다. 

 

정연성 기자 yeonsung@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