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06일(토)

선임병들에게 "꿀빤다"며 '구타·폭언' 당해 극단적 선택한 해군 일병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인사이트] 박상우 기자 = 해군 강감찬함에서 선임병들에게 집단 따돌림 및 폭언·구타 등을 겪은 해군 일병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7일 군인권센터는 "해군 내에서 선임병들로부터 집단 따돌림과 폭행, 폭언 피해를 호소하던 장병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며 "함장 등 간부들은 상황을 인지하고도 사실상 방치했다"라고 폭로했다.


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어학병으로 해군에 입대한 고(故)정 모 일병은 지난 2월 강감찬함에 배속됐다.


부대 전입 열흘여 만에 정 일병은 부친상으로 2주간 청원 휴가를 나갔다. 이후 복귀한 그는 3월 9일까지 2주간 격리됐다. 


센터는 정 일병의 휴가 복귀 시점부터 선임병들의 집단 따돌림이 시작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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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들은 정 일병에게 "꿀 빨고 있다"라며 따돌림을 해왔고 업무에 미숙하다는 이유로 폭행 및 폭언을 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정 일병이 갑판 근무 중 실수를 하자 선임병 2명은 가슴과 머리를 밀쳐 넘어뜨렸다고 한다. 이에 정 일병이 '제가 어떻게 해야 하나'라고 묻자 이들은 'X져버리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들은 승조원실에 있다가 정 일병이 들어오면 우르르 나가는 등 집단 따돌림도 일삼았다. 


구타 가해자로 지목된 선임병은 2~3명이며 이들은 모두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정 일병은 3월 16일 피해 사실을 함장에게 신고했으나, 함장은 정 일병의 보직만 변경했을 뿐 적극적인 분리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3월 27일 새벽 1시쯤에는 가해자들에게 사과를 받는 것이 어떻겠냐며 가해자들과 한 자리에 불러 대화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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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는 "바다로 출항해 일정 기간 승조원끼리 항상 붙어있어야 하는 해군 특성상 피·가해자 분리는커녕 화해시킨다는 명목으로 한 자리에 불러 사과시킨 것은 엄연한 '2차 가해"라고 꼬집었다.


또 정 일병은 부대 내 괴롭힘 속에 구토와 과호흡 등 공황장애 증세를 보이며 갑판에서 기절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일병은 4월 6일이 돼서야 하선을 할 수 있었고, 휴가 중이었던 지난 6월 18일 자택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센터는 "군사경찰대가 유가족에게 중간 수사브리핑을 하는 과정에서 정 일병의 입대 전 정신병력을 언급하고, 함장 등 지휘관의 변명을 전달했다"며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이에 해군은 "현재 사망 원인과 유가족이 제기한 병영 부조리 등에 대해 군 수사기관에서 수사 중에 있다"고 밝혔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 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 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