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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생리는 남편 집에서 하라" 10대 소녀들에게 나이 든 남자와 결혼 강요하는 탈레반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한 가운데 이들이 자행했던 여성 차별과 여성 인권의 현실이 전해졌다.

인사이트france24


[인사이트] 원혜진 기자 = "여성의 첫 생리는 아버지의 집이 아니라 남편의 집에서 해야 한다"


아프간의 오랜 격언 중에는 이런 말이 있다고 한다. 탈레반 장악으로 극단적인 이슬람 율법에 억압받은 아프간 여성 인권의 현실을 보여주는 얘기다.


과거 탈레반 치하에서 여성들은 교육받을 권리와 직업을 얻을 자유를 잃은 것은 물론 남자의 허락이 없으면 외출조차 할 수 없었다.


이처럼 탈레반은 극단적인 여성 차별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사이트france24


탈레반을 구성하는 부족인 파슈툰족의 관습법 '파슈툰왈리'와 여성 차별주의를 지향하는 사우디 종교 이념 와하브파 사상의 영향이 크다.


파슈툰왈리의 가르침 중에는 '어떤 수를 써서라도 여성을 보호한다'는 내용이 있다. 이 명목 아래 여성을 독립적 존재로 보지 않고 피보호 대상으로 본다.


결혼 역시 남성이 여성을 선택하는 행위에 가깝고 여성이 이를 어기면 가족의 명예가 실추된 것으로 여겨 죽이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하미드 칸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학 교수는 "파슈툰족은 여성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동생이나 형이 죽으면 그 아내를 물려받거나, 사촌끼리 결혼하는 경우도 흔하다"고 했다.


인사이트france24


실제로 지난 1994년 10월에 등장해 아프간을 한 차례 장악했던 탈레반은 비인간적 처벌을 일삼았다.


물건을 훔치면 손발을 잘랐고 살인범과 간통범을 공개 처형했다. 영화와 음악 같은 예술 활동을 비롯해 놀이와 여가 활동 역시 철저하게 단속했다. TV나 각종 미디어 시청도 금했다.


여성에게는 더욱더 혹독했다. 탈레반은 여성들에게 의무적으로 부르카(얼굴과 온몸을 가리는 옷)를 착용하게 하고 신체가 보이면 공공장소에서 채찍질하거나 마구 폭행했다.


실제로 매니큐어를 발랐다고 손가락을 절단하는 일도 벌어졌다. 여성 인권을 완전히 빼앗아 강간이나 강제결혼 등도 자행했다.


인사이트Twitter


남자 의사에게 몸을 보이면 안 된다는 규율을 들어 병에 걸려도 방치하는 등 피해 여성의 사례는 차고 넘친다.


이 같은 전적이 있는 상황에서 다시 아프간 정부를 무너뜨리고 권력을 잡은 탈레반.


탈레반은 여성 인권에 대한 전 세계적인 우려와 비판적인 여론을 의식했는지 지난달 17일 기자회견에서 여성 인권을 보장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대부분은 "믿는 사람이 거의 없다", "미심쩍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벌써 현지에서는 공포에 떠는 여성들이 많다.


인사이트Twitter 'DeptofDefense'


아랍여성협회 사무총장인 리나 아비라페 박사는 "아프간 여성들은 상황이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갖지 않고 있다"며 "그들은 악순환에 빠진 듯한 느낌을 받으며 살아간다"고 말했다.


또한 아프간 여성인권단체 이퀄리티 나우(Equality Now)의 야스민 하산 사무총장은 "지난 20년간 아프간 여성 인권을 높이기 위해 많은 단체가 엄청난 작업을 해온 결과 여성들이 경찰이 되었고 판사ㆍ장관이 됐으며, 국회의원을 배출했다. 하지만 탈레반 집권 후 이런 노력은 물거품이 될 위기에 놓였다"고 우려했다.


현재 아프간의 여성 인권 수준은 처참하다.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성 격차 지수에 따르면 아프간 여성 인권은 2021년 156개국 중 156위, UNDP의 성 불평등 지수는 189개국 중 169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