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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전유진 기자 = 성추행 피해를 입고 극단적 선택한 해군 여중사가 피해 보고 뒤 70일이 넘게 가해자와 한 공간에 있어야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3일 피해 여중사 유족들은 숨진 부사관이 피해 보고 뒤 70일 넘게 가해자와 같은 부대에 근무했다고 밝히며 이 기간 지속적인 괴롭힘과 따돌림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도서 지역 소재 좁은 공간에 위치한 이들의 근무지는 40여 명에 불과한 간부들이 사무실 및 식당 등 일상에서 마주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여중사 A씨는 피해 신고 후에도 사실상 아무런 보호 조치를 받지 못한 채 방치된 셈이다. 결국 2차 가해를 견디다 못한 A중사가 지난 9일 정식 신고를 요청하고서야 사건 발생 74일 만에 분리조치가 이뤄졌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군인 기본복무법 상에는 성폭력 사건 인지 즉시 상관에 보고하거나 수사기관에 신고하라고 명시됐다. 그리고 국방부 부대 관리 훈령에는 피해자 의사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라고 돼 있다.
해군 관계자는 피해자가 아무런 보호 조치를 받지 못한 것에 대해 A중사가 주임상사에게 '외부로 노출되지 않도록 요청'했다는 설명만 반복하고 있다. 국방부 부대 관리 훈령에 따른 것이란 주장이다.
그러나 성추행 사건이 외부에 유출되지 않아야 하는 것과 별개로, 가해자로부터 피해자를 분리해 적극적으로 2차 가해 여부를 살폈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방혜린 군인권센터 상담지원팀장은 "피해자가 사건 외부 유출을 원하지 않았다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피해자 중심의 사고가 아닌 부대 운영 중심의 사고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A중사가 성추행을 당하고도 섬이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가해자와 분리되지 못한 채 회유·무마·업무배제 등 지속적인 2차 피해를 입었단 의혹이 제기되면서 이 부분이 극단적 선택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단 분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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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13일 해군에 따르면 A중사는 지난 5월 24일 부임 후 사흘 만에 성추행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A중사는 주임상사에게 피해 사실을 알렸지만 당시 사건은 정식 보고되지 않았다. 이후 A중사가 지난 7일 부대장에게 면담을 요청해 피해 사실을 보고했고, 사건은 이틀 후인 9일 정식 보고됐다.
이후 A중사는 다른 부대로 옮겨갔지만, 그로부터 사흘 후인 지난 12일 부대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 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 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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