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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자금 마련하려 보이스피싱에 가담했다가 결혼식 전날 구속된 철없는 여동생 탓에 언니가 식장에 대신 들어선 일이 뒤늦게 알려졌다.
2일 서울북부지법 형사2부(강인철 부장판사)는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한 27살 여성 A씨의 항소심 재판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지난 3월 21일 결혼식을 하루 앞두고 구속된 A씨는 남자친구와 결혼 계획을 세우며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평범한 예비신부였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고등학교 동창 B씨로부터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할 것을 제안받으면서 A씨의 평범한 일상에는 금이 가기 시작했다.
당시 결혼자금 때문에 고민하던 A씨는 "일당을 많이 받을 수 있다"는 말에 덜컥 제의를 받아들였고 필리핀에 있는 '민 사장'의 지시에 따라 속칭 '인출책' 겸 '송출책' 역할을 맡았다.
이들은 작년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보이스피싱에 속은 피해자 40여명이 입금한 1억8천만 원을 찾아 필리핀에 송금했다.
B씨는 인출 금액의 10%를 수수료로 받아 챙겼지만 A씨가 받은 보수는 일당 5만 원밖에 안됐다.
손쉽게 결혼자금을 모으려던 A씨의 철없는 꿈은 얼마 지나지 않아 산산조각이 났다.
경찰이 3월 두 사람을 포함해 보이스피싱 조직원 45명을 일망타진한 것이다.
A씨와 B씨는 사기 및 전자금융거래법위반 혐의로 다른 조직원 8명과 함께 3월 21일 구속됐다.
공교롭게도 그 다음날은 A씨의 결혼식 날이었다. A씨는 웨딩드레스 대신 수형복을 입었다.
신부가 결혼식에 올 수 없지만, 그렇다고 갑자기 결혼식을 취소했다간 아무 죄 없는 예비 신랑이 주변 사람들에게 심하게 망신을 당할 상황이었다.
A씨 가족들은 예비 사돈댁에게까지 피해가 번지지 않도록 부랴부랴 임기응변을 마련했다. A씨는 막내이자 넷째 딸이었는데, 둘째 언니가 총대를 메고 나선 것이다.
사고뭉치 막내의 '대형 사고'를 조금이라도 무마해주고 싶었던 둘째 언니는 제부라 부르던 남자의 손을 잡고 결혼식을 치렀다. 둘째 언니는 기혼자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A씨는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그녀를 범죄에 끌어들인 친구 B씨에게는 징역 4년 8개월이 선고됐다.
A씨의 항소심이 치러진 오늘(2일) A씨는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고 이 과정에서 이번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예비 신랑은 1심 때는 A씨의 선처를 호소하며 탄원서도 냈지만 끝내 부모의 반대에 부딪혀 현재는 파혼하고 헤어진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은혜 기자 eunhye@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