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06일(토)

충남 홍성 '골목 미용실' 가격이 손님마다 다른 이유


 

충청남도 홍성 읍내에 있는 한 미용실 주인의 따뜻한 인심이 알려져 누리꾼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28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골목미용실'을 운영하는 이모(69)씨는 손님이 들어서면 가장 먼저 얼굴과 옷차림새를 살핀다.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 보이는 사람에게는 자연스럽게 낮은 금액을 부른다.

 

주변 미용실은 평균 8천원 선의 비용을 받고 있지만 이 씨는 보통 6천원을 받고 일용 노동자 등 작업복 차림의 손님에게는 5천원만 받는다. 

 

그렇다고 매번 옷차림이나 외모만 보고 사람을 판단하는 것은 아니다.

 

이씨는 "멋을 내고 싶어 이런저런 주문을 많이 하는 사람은 비용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사람인 경우가 많다"며 "반면 단순히 '머리를 짧게 잘라달라'는 사람은 십중팔구 이발 비용을 조금이라도 덜 쓰려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18살의 어린 나이부터 무려 52년간 미용사로 일해온 이씨는 그간의 시간 속에서 얻은 교훈을 통해 이러한 마음이 나온 것이다. 

 

이 때문에 가격 흥정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깎아달라'는 사람은 없다. 누구에게도 비싸다고 생각지 않을 만큼의 가격을 부르기 때문이다.  

 

오히려 저렴한 가격을 받는 주인 아주머니 덕분에 '더 내겠다'며 가격 흥정이 벌어지는 경우도 가끔 있다고 한다.

 

이 씨는 "얼마 전 작업복 차림의 남성에게 이발료로 5천원을 받으려 했는데 6천원을 내겠다고 해 승강이를 벌였다"며 회상했다.

 

일을 하던 중 짬이 나서 이발을 하러온 남자 손님은 동료가 이곳에서 6천원을 내고 머리를 깎았다며 자신도 같은 값을 치르겠다고 고집을 부렸다는 것.

 

결국 완강한 손님의 고집으로 6천원을 받았지만 이씨는 "다음부터는 5천원만 받겠다"는 말로 손님을 달래기도 했다.

 

이 씨는 "언제까지 할지는 모르지만, 남의 머리 깎을 힘이 남아 있는 한 이 일을 할 것"이라고 전하며 미소를 지었다.  

 

박다희 기자 dhpark@insigh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