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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사진 유포하고 조롱"···화상 앱 이용한 '학폭'까지 등장

물리적인 학폭은 줄어드는 추세이지만 온라인 공간에서 벌어지는 '사이버학폭'은 갈수록 심각해진다는 우려가 나온다.

인사이트'2020 청소년 사이버 폭력 예방 푸른코끼리 포럼'에서 청소년 연사가 '사이버 폭력, 사람의 인격을 말살하는 범죄'라는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 뉴스1


[뉴스1] 장지훈 기자 = 스포츠계와 연예계를 중심으로 유명인의 과거 학교폭력(학폭)을 고발하는 '학폭 미투'가 연일 터져 나오는 가운데 학교 현장에서는 물리적인 학폭은 줄어드는 추세이지만 온라인 공간에서 벌어지는 '사이버학폭'은 갈수록 심각해진다는 우려가 나온다.


28일 교육계에 따르면 사이버학폭은 디스코드·애스크·카카오톡·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SNS)를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각급학교에서 시행되는 원격수업 관련 학폭도 수시로 발생하는 실정이다.


인천 한 중학교에서 학생안전부장으로 근무하는 박정현 교사는 "학폭은 한 학교 안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온라인 활동이 많아지면서 여러 학교가 연루되거나 지역을 넘나들며 발생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학교나 사는 곳이 달라도 SNS로 친분을 쌓는 일이 많은데 학폭으로 이어질 경우 '타깃'으로 지목된 학생을 많게는 수십명이 온라인에서 집단 공격하는 일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해당 학생의 SNS를 찾아가 집단으로 비방하거나 욕설을 하고 단체 채팅방에 초대해 조리돌림하는 일도 잦다고 박 교사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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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특히 음성 채팅 기반 SNS인 디스코드에서 벌어지는 학폭 문제가 심각하다. 디스코드는 참가자들이 서로 음성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고 사진이나 동영상, 화면을 공유하는 기능도 갖추고 있다. '게임용 메신저'로 유명해 10대 이용자가 많은데 학폭의 온상으로 지목되고 있다.


박 교사는 "가해 학생들이 SNS를 뒤져 얻은 학생의 사진이나 사는 곳, 재학 중인 학교 등 개인 정보를 디스코드에 유포하거나 집단으로 린치를 가하는 일이 잦다"며 "심지어 피해 학생의 부모 이름을 알아내 욕을 하거나 부모 사진을 유포하고 조롱하는 일까지 벌어진다"고 말했다.


익명 기반 SNS '애스크'도 학폭 문제로 시끄럽다. 애스크는 이용자가 익명의 다른 이용자로부터 질문을 받으면 이에 대한 답변을 하는 방식으로 소통하는 서비스다. 가해 학생이 피해 학생의 애스크 주소를 알아낸 다음 익명으로 욕설을 하거나 피해 학생의 합성 사진 등을 게재하는 방식의 폭력이 벌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원격수업이 병행되는 상황에서 줌(Zoom)을 비롯한 실시간 화상회의 프로그램도 학폭에 악용되고 있다.


서울 한 중학교에서 생활지도부장으로 근무하는 김모 교사는 "줌 수업에서 학생 모습을 캡처해서 단톡방에 올리고 외모를 비하한다거나 얼굴 뒤로 보이는 집안 모습을 가리켜 '가정형편이 어려워 보인다'며 놀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이어 "e학습터나 온라인클래스 등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려주고 아침마다 자기 대신 출석체크를 시키는 등 원격수업 맞춤형 학폭도 등장했다"고 덧붙였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교육부가 지난해 초등학교 4학년~고등학교 2학년 전체 재학생을 조사해 지난달 발표한 '2020년 학폭 실태조사'에 따르면 학폭을 당했다고 응답한 학생은 2만7000여명으로 0.9%의 피해응답률을 기록했다. 2019년 6만여명이 학폭을 당했다고 응답해 1.6%의 피해응답률을 보인 것과 비교해 0.7%P 감소했다.


피해 유형(중복응답 가능)을 보면 2019년과 비교해 지난해 언어폭력(35.6%→33.6%) 신체폭력(8.6%→7.9%) 스토킹(8.7%→6.7%) 금품갈취(6.3%→5.4%) 성폭력(3.9%→3.7%) 등은 비중이 감소했으나 사이버폭력(8.9%→12.3%)과 집단따돌림(23.2%→26.0%)은 비중이 더 커졌다.


현장 교사들은 물리적 피해를 입히는 학폭은 점차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사이버학폭은 갈수록 양상이 다양해지고 있어 대응이 쉽지 않다고 토로한다.


박 교사는 "학생들이 쓰는 온라인 플랫폼이 워낙 많고 유행에 따라 계속 바뀌고 있어 사이버학폭이 어떤 식으로 이뤄지는지 파악하기가 어렵다"며 "교육청 연수도 온라인과 관련해서는 최신 내용이 담기지 않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학교에서 10년 넘게 학폭 업무를 전담했고 현재 경기도수원교육지원청에서 학폭 예방업무를 총괄하는 최우성 장학사는 "온라인에서 발생하는 학폭은 폭력과 장난의 경계에서 발생하는 경우도 많아 교사들이 사안 처리에 어려움을 겪을 때가 많다"고 말했다.


최 장학사는 이어 "직접 때리고 괴롭히는 폭력이 아닌 사이버학폭 만으로도 피해자는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게 되고 가해자에게도 평생 발목을 잡는 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학폭 미투가 학생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주는 교재 역할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