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 15℃ 서울
  • 15 15℃ 인천
  • 13 13℃ 춘천
  • 10 10℃ 강릉
  • 15 15℃ 수원
  • 17 17℃ 청주
  • 17 17℃ 대전
  • 13 13℃ 전주
  • 17 17℃ 광주
  • 16 16℃ 대구
  • 15 15℃ 부산
  • 16 16℃ 제주

코로나로 가족도 못 만나고 지역 행사 까지 취소돼 더 쓸쓸한 설날 맞은 '쪽방촌' 독거노인들

가뜩이나 명절이면 가슴 한켠이 더욱 시린 독거노인들은 코로나 탓에 더욱 외롭게 명절을 지내보내고 있다.

인사이트설 명절 연휴의 대전 동구의 쪽방촌 거리 풍경 / 뉴스1


[뉴스1] 김종서 기자 = 코로나19 속에서 맞은 설 명절 연휴. 가족들끼리 만남조차 조심스러운 지금도 누군가는 고향을 찾고 있다.


이 떠들썩한 풍경 뒤에는 홀로 남겨진 쓸쓸한 이들이 있다. 가뜩이나 명절이면 가슴 한켠이 더욱 시린 독거노인들은 코로나 탓에 더욱 외롭게 명절을 지내보내고 있다.


지원 단체에서 매년 명절마다 준비하던 합동 차례나 윷놀이판 등 잠시나마 온기를 느끼게 해주던 것들이 코로나19 탓에 지난 추석부터 모조리 취소된 탓이다.


설 연휴에 찾은 대전 동구의 허름한 쪽방촌은 아직 사람들이 모여 산다는 사실이 믿기 어려울 만큼 고요하기만 했다. 현재 이곳에는 독거노인 약 270세대가 거주하고 있지만, 가끔 거리를 지나치는 한 두 사람만 눈에 띌 뿐이다.


인사이트뉴스1


서로 어려운 처지에 이집 저집 마실다니며 이야기꽃을 피우는 것이 이곳 주민들의 일상이었지만, 코로나 탓에 마스크를 사이에 두고 있자니 이마저도 영 걱정스런 눈치다.


고요한 거리를 둘러보다 마주친 양모씨(62·여)는 검은 비닐봉지에 누군가 버린 묵은 쌀을 쓸어 담아 도로가로 향하고 있었다.


명절에도 쪽방촌 끝자락 3평 남짓한 방을 떠나지 못하는 양씨는 이렇게 비둘기 끼니를 챙겨주는 일이 하루 일과이자 낙이라고 했다.


자신과 닮아 외로워 보이기 때문일까. 떠도는 개와 고양이도 좁은 집에 데려와 없는 살림 털어가며 먹여 키운다는 양씨는 이곳에서 지낸지 어느덧 30년이 지났다.


인사이트뉴스1


하나뿐인 가족인 딸과 사위가 전라도에서 지낸다는 양씨는 이번 설날 당일에는 잠시 만나 점심이라도 한 끼 할 수 있겠다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양씨는 "자식들 다 바쁘게 사는데 가끔이라도 얼굴 한번 보고 밥 한번 먹으면 되지 않겠느냐"며 "찾아오는 손님이 없으니 집이 좁아 불편할 것도 없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골목 어귀에서 만난 김모씨(82·여)는 월 20만원 세를 내고 사는 2평 언저리 좁은 하숙방 앞에서 내다 팔 박스를 정리하고 있었다.


서울에 아들이 한 명 있다는 김씨는 혹여 짐이 될 까 같이 살기가 부담스럽다고 했다. 자식이 있는 탓에 기초생활수급자에 들지 못한다는 김씨는 방세를 내고 나면 얼마 되지 않는 연금도 바닥을 드러낸다고 했다.


인사이트사진=인사이트


그렇게 끔찍이도 생각하는 하나뿐인 아들이지만, 얼굴을 못 본 지가 몇 해인지 모르겠다는 김씨다. 모자 사이 왕래가 끊어진 것이 코로나 때문만은 아닌 모양이다.


김씨는 "서로 먹고살기 힘든 처지에 서운할 것도 없다"면서도 "그래도 명절에는 없는 사람들끼리라도 서로 모여 나눴는데, 못하게 된 것도 있지만 무섭기도 하다"고 아쉬움을 털어놨다.


이곳 쪽방촌은 지역 공공주택사업과 도시재생뉴딜사업지구로 물망에 올라있기도 하다. 재정비 후 이곳 영세민들의 공공주택 이주를 지원하겠다는 계획인데, 이미 황혼이라는 쪽방촌 주민들은 이마저도 달갑지만은 않다는 표정이다.


인사이트사진=인사이트


사업 준비를 하겠다며 공무원들이 한창 드나든 탓에, 불법으로라도 밥벌이를 하던 이들이 쫓기듯 떠나 사람 발길만 더 끊어졌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쪽방촌은 더욱 고립됐는데, 사업은 아직도 기약이 없다.


영세민들의 보금자리까지 개선해주겠다는 취지가 이들에게는 와닿지 않는 이유다.


밖에서 떠들썩하게 청사진을 그릴 때 이곳은 냉랭하기만 하다. "재개발까지 짧아도 6년"이라는 주민들의 말 속에는 희망이 사라진지 오래다.